“내가 두산으로 돌아와 니퍼트 은퇴식이 열려서 너무 기쁘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주전 포수 양의지가 이달 초 더스틴 니퍼트의 은퇴식 소식을 들은 뒤 취재진에게 건넨 말이다.
2006년 두산에 입단한 양의지는 프로 6년차이자 주전 2년차였던 2011년 니퍼트와 처음 만나 이른바 두산 왕조의 배터리를 이뤘다. 2015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16년 통합우승을 함께 일군 뒤 2017년 한국시리즈 또한 같이 누볐다.
니퍼트는 2018시즌 KT 위즈로 떠나 한 시즌을 보낸 뒤 은퇴했고, 양의지는 2019년 NC 다이노스와 FA 계약하며 두산 유니폼을 잠시 벗었다. 양의지는 2018년 12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니퍼트는 내 마음속 영원한 1선발”이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두 선수의 각별한 우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양의지는 타지 생활을 마치고 2023시즌에 앞서 4+2년 최대 152억 원에 친정 두산으로 전격 복귀했다. 그리고 계약 2년차인 올해 니퍼트와의 운명적인 재회가 성사됐다.
두산은 당초 2020시즌 개막전에서 니퍼트 은퇴식을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플랜이 무산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은퇴식을 검토하다가 은퇴 후 6년이 지난 이날 니퍼트와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만일 2020시즌 은퇴식이 열렸다면 양의지와의 시구 호흡 및 눈물의 포옹을 보지 못할뻔 했다.
마침내 지난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니퍼트의 은퇴식. 니퍼트는 은퇴식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양의지를 다시 만날 수 있어 너무 기분이 좋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서 던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양의지를 포수로 두고 마지막 투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기쁘고 흥분된다”라고 절친과의 재회를 반겼다.
니퍼트는 경기 개시에 앞서 잠실 마운드에 올라 홈플레이트에 앉은 양의지를 향해 시구했다. 과거 베어스 왕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장면이었다. 니퍼트는 시구를 마친 뒤 시타에 나선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 양의지와 차례로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니퍼트는 경기 후 거행된 공식 은퇴식에서 다시 양의지를 만났다. 니퍼트 은퇴식의 메인 행사 키워드는 Debut, Dedicate, Drama, Destiny, Dear 순으로 구성됐는데 Destiny 차례에서 영혼의 배터리 양의지가 그라운드에 등장해 꽃다발을 건넨 뒤 니퍼트를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두산 팬들을 울린 은퇴식의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니퍼트는 팬과 선수단을 향한 편지 낭독 시간에서 “양의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간단하게, 양의지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의 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단순히 감사하다는 표현으로는 제 마음을 전하기에 부족하고 또 부족할 것입니다”라며 “투수들은 함께 하는 포수의 능력만큼 활약합니다. 양의지와 호흡을 맞춘 것은 행운입니다. 양의지와 함께 상대 라인업을 분석하던 모습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추억입니다. 고마워 내 형제여!”라고 다시 한 번 양의지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은퇴식은 양의자와 더불어 ‘회장님’ 박정원 두산 구단주도 함께 했다. 니퍼트의 은퇴식을 맞아 잠실구장에 직접 방문해 경기를 끝까지 지켜봤고, 은퇴식이 끝난 뒤 그라운드에 깜짝 방문해 니퍼트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두산 관계자는 “구단주님의 그라운드 방문은 예정에 없었던 일이었다. 직접 니퍼트의 은퇴식을 축하하기 위해 그라운드 방문을 자청하셨다”라고 귀띔했다.
이날 니퍼트의 은퇴식 또한 박정원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개최가 성사됐다. 박정원 구단주는 2020시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은퇴식 개최가 무산된 뒤 줄곧 니퍼트 은퇴식에 관심을 보였고, 두산 프런트는 이를 동력으로 발판 삼아 성대한 은퇴식을 기획하고 성사시켰다.
어떻게 보면 니퍼트-양의지의 눈물의 재회 또한 ‘정원이 형’의 통 큰 투자 결단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2022년 11월 회장님의 152억 원 통 큰 투자 결단이 2년 뒤 선수들과 팬들을 모두 울린 눈물의 장면을 연출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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