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경보가 내려져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땡볕을 쐬어야 했다. 앞으로도 폭염 경보는 뻔한 상황, 예보를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인 경기 시간 결정은 이대로 괜찮을까.
본격적인 추석 연휴의 시작이었던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팀간 13차전 맞대결. 이날 경기는 당초 오후 5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지상파 중계 편성으로 경기 시간이 오후 2시로 당겨졌다.
지상파 중계시 경기 시간이 당겨지는 것은 관례적이었다. 다만, 이날 날씨가 문제였다. 부산 지역은 이날 오전 일찌감치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경기는 그대로 강행했다. 땡볕 아래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물론 관중들까지 폭염 여파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결국 이날 사직구장의 온열 질환자들은 7회초 기준, 23명이나 발생했다.
롯데 구단은 “사직구장 의무실 진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는 인원이 15명, 병원진료 및 귀가조치가 된 인원이 6명, 119 구급차로 후송된 인원이 2명, 총 23명이 온열 질환자로 신고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지 구장 내 인터뷰실을 온열 질환자들의 휴식 및 대기실 쓰고 있다. 하지만 부산 곳곳에 온열 질환자들이 다수 발생하면서 119 구급차도 수배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반도 날씨는 뜨거웠다. 폭염 특보가 거의 매일 발령되는 등, 한반도 전역은 찌는듯한 더위에 시름했다. 지난 5일, 기상청은 올 여름(6~8월) 기후 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 올 여름이 역대 최악의 더위였다는 것.
올 여름 전국 평균기온(25.6도), 평균 최저기온(21.7도), 열대야일(20.2일)은 기상 관측 기록의 기준이 되는 1973년 이후 1위였다.
평균 최고기온(30.4도)은 2위, 폭염일(24.0일)은 3위에 해당했다. 열대야일은 밤(오후 6시 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 폭염일은 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이다.
올 여름보다 평균 최고기온이 높았던 여름은 1994년 여름(30.7도)이 유일했다 폭염일이 더 많았던 여름은 1994년 여름(28.5일)과 2018년 여름(31일)이 '유이'하다. 1994년이나 2018년만큼 올해는 최악의 여름이었다.
문제는 최악의 여름이 8월을 넘어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 추석 연휴가 임박한 시점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다는 것. 이날 온열 질환자가 다수 발생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9월이 되었다고 기계적으로 2시 경기를 할 수 있을까. 문제는 오는 수요일까지 추석 연휴가 예정되어 있고 모두 2시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현재 예보상으로는 폭염 특보 수준의 날씨가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도 최근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포럼을 열고 계절별 길이 재조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현재 계절별 분류는 봄(3~5월), 여름(6~8월), 가을(9월~11월), 겨울(12월~이듬해 2월) 등 3개월 단위로 이뤄진다. KBO의 경기 시간도 이 계절별 분류에 의해 이뤄지고 있고 9월부터 공휴일 낮 2시 경기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날씨는 이 계절별 분류가 무의미해졌다. 선수와 관중들의 건강 및 안전에 대한 고려가 더 세심해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