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렇게 황당한 방출이 다 있다. 상대팀에 사인을 알려줘 팀 패배를 자초한 신인 포수가 입단 1년 만에 방출됐다. 사인을 알려준 이유는 더 황당하다.
미국 ‘ESPN’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가 싱글A 포트마이어스 마이티 머슬스에서 뛰던 포수 데릭 벤더(21)를 방출했다고 전했다. 플레이오프 경쟁 중인 상황에서 상대팀에 투구 사인을 알려준 게 방출 사유였다.
지난 7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싱글A 레이크랜드 플라잉 타이거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문제의 사건이 발생했다. 포트마이어스의 선발 포수로 나선 벤더는 상대팀 타자들에게 선발투수 로스 던이 무슨 공을 던질지 구종을 미리 여러 번 알려줬다.
사인을 노출한 영향인지 포트마이어스는 2회에만 4점을 내주며 0-6으로 패했다. 3주 전까지 포트마이어스가 6경기 차이로 앞섰지만 이날 패배로 결국 레이크랜드에 플로리다주 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넘겨줬다. 포트마이어스는 0.5경기 차이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시즌이 끝났다.
ESPN 보도에 따르면 벤더의 이 같은 승부 조작급 행태에 상대팀 선수들도 놀랐다. 레이크랜드 코치들이 선수들에게서 이 이야기를 듣고 포트마이어스 코치들에게 알렸고, 미네소타 구단에도 보고가 이뤄졌다. 레이크랜드 측에서 오해를 살만한 문제를 일으킨 건 없었다.
벤더의 개인 돌출 행동이었다. 벤더는 평소 팀 동료들에게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레이오프 진출로 시즌이 더 길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징계 차원이었는지 벤더는 시즌 마지막 2경기를 덕아웃이 아니라 불펜에서 보냈고, 결국은 방출로 팀을 떠나야 했다. 미네소타 구단과 벤더의 에이전시 모두 이 사건에 관한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우투우타 포수, 1루수 자원인 벤더는 코스탈 캐롤라이나 대학 시절 3년간 144경기 타율 3할2푼6리(515타수 168안타) 32홈런 153타점 OPS .979로 타격 재능을 보여준 유망주였다.
이를 발판 삼아 지난해 6월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188순위로 미네소타에 지명을 받았다. 올해 싱글A에서 19경기를 뛰며 타율 2할(60타수 12안타) 2홈런 8타점 OPS .606을 기록했는데 프로에서 유일한 커리어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프로 선수로서 해선 안 될 승부 조작급 부정 행위로 방출됐지만 벤더는 계약금 29만7500달러(약 4억원)를 그대로 받는다. 미네소타 구단은 지명 1년 만에 선수를 방출한 것도 아까운데 돈까지 허무하게 날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