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가을야구 희망이 저물어가고 있다. 썸머 블루 유니폼을 입고 ‘푸른 한화’ 돌풍을 일으켰지만 한여름 밤의 꿈으로 남을 듯하다.
한화는 지난 12일 대전 삼성전에 1-7로 패하며 최근 5연패에 빠졌다. 60승69패2무(승률 .465)가 된 8위 한화는 5위 두산(65승66패2무 승률 .496)과 격차가 4경기로 벌어졌다. 잔여 시즌 13경기에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뒤집기 어려운 차이. 썸머 블루 유니폼을 입고 17승9패(승률 .654)로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지난 4일까지 5위 KT에 1경기 차 6위로 턱밑 추격, 5강 희망을 한껏 부풀렸지만 이후 5연패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후반기에 부활하며 대반격을 이끌던 핵심 선발투수 문동주가 피로 누적으로 어깨에 불편함을 느껴 지난 1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게 뼈아팠다. 타이밍이 무척 아쉽긴 하지만 이제 3년 차에 불과한 투수에게 이 모든 책임을 물을 순 없다. 선발투수 뎁스가 습자지처럼 얕고, 널뛰기처럼 타선의 기복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9월 9경기에서 총 26득점으로 평균 2.9점을 내는 데 그쳤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연습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지난 6월초 부임 후 무너진 팀을 수습해 5강 경쟁을 펼친 김 감독이지만 전력의 한계를 절감했다. 김 감독의 시선은 오래 전부터 마무리캠프로 향해 있다. 김 감독은 “마무리훈련과 스프링 트레이닝까지 선수들이 많이 연습해야 한다. 선수들을 보니 연습이 많이들 필요하다. 팀이 강해지기 위해선 선수가 먼저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를 응원해주시는 많은 팬분들께 가을잔치를 약속하고 초대할 수 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일편단심으로 성원을 보내는 한화 팬들을 늘 이야기한다. 5연패로 가을야구 희망이 사그라진 12일에도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1만1719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1만2000석 매진을 이루진 못했지만 평일 야간경기에 이 정도 관중이 오는 게 이제는 일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시즌 내내 팬들의 성원과 지지, 응원 열기가 대단하다.
이날로 한화는 홈경기 총 관중 74만5797명으로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웠다. 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 시즌이었던 2018년 73만4110명을 넘어선 기록. 아직 한화는 대전 홈에서 5경기가 추가로 남아있어 구단 최초 80만 관중도 기대된다. 내년부터 신구장 베이스볼드림파크(가칭)가 개장 예정인 한화는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의 마지막 시즌에 의미 있는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올해 홈 66경기에서 총 43회의 만원 관중을 이루며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매진 기록도 썼다. 종전 1995년 삼성의 36회를 29년 만에 깨며 7경기를 추가했다. 지난해 시즌 최종전인 10월16일 롯데전부터 올해 5월1일 SSG전까지 17경기 연속 홈경기 매진으로 1995년 삼성의 12경기 연속 매진 기록도 경신했다.
12년 만에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류현진 효과 속에 시즌 전부터 역대급 흥행이 예고됐다. 시범경기에서 암표가 거래됐고, 시즌 판매권도 전년 대비 250%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개막 10경기에서 한화가 7연승 포함 8승2패로 돌풍을 일으키자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반짝 돌풍 이후 4월부터 급추락하면서 순위가 하위권으로 떨어진 뒤에도 한화를 향한 대전 팬들의 성원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1만2000석 미니 구장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시즌 내내 이 정도로 관중석을 꽉꽉 메울 줄 몰랐다. 올해 평균 관중 1만1719명으로 좌석 점유율이 96.0%에 달한다. 홈뿐만 아니라 원정에서의 티켓 파워도 10개 구단 중 최고다. 원정 65경기에서 총 관중 118만8045명, 평균 관중 1만8278명으로 롯데(1만7463명)를 제치고 1위에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