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부상자 명단이다. 메이저리그 현역 최악의 ‘먹튀’로 꼽히는 앤서니 렌던(34·LA 에인절스)이 57경기 무홈런으로 시즌 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만 3번째, 최근 4년간 12번의 부상자 명단 등재로 본인도 답답함을 드러냈다.
에인절스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렌던을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부상 사유는 왼쪽 복사근 염좌. 지난 7~8일 텍사스 레인저스 원정경기를 치르면서 허리에 불편함을 느꼈고, 9~10일 경기를 결장했다.
론 워싱턴 에인절스 감독은 “허리에서 시작된 통증이 복사근으로 옮겨졌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겠다. 시즌이 끝났다고 말하진 않겠다”고 시즌 말미 복귀 가능성을 기대했다. 지난 9일자로 소급 적용돼 19일부터 복귀가 가능하지만 시즌이 11경기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5위(60승85패 승률 .414) 꼴찌로 가을야구가 좌절된 에인절스로선 큰 의미가 없는 경기이긴 하다.
렌던에겐 올 시즌에만 3번째 부상자 명단 등재. 지난 4월 왼쪽 햄스트링 긴장으로 2개월 반을 날렸다. 7월9일 복귀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허리 염증으로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렌던은 지난달 8일 복귀했지만 막판에 또 부상자 명단에 들어갔다. 매년 있던 일이라 크게 놀랍진 않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 수준이다.
누구보다 답답한 건 선수 본인이다.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에 따르면 렌던은 “부상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추천해주시는 방법이 있다면 받아들이겠다. 혈액 검사, DNA 검사, 음식, 영양, 알레르기, 항염증제 등 금지 약물이 아닌 건 전부 다 해봤는데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렌던은 2021년부터 최근 4년간 무려 12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2021년 4월 왼쪽 사타구니 긴장, 5월 왼쪽 무릎 타박상, 7월 왼쪽 햄스트링 긴장, 8월 오른쪽 고관절 수술로 한 해 4번이나 이탈했다. 2022년에도 5월 오른쪽 손목 염증에 이어 6월 오른쪽 손목 수술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다.
지난해에는 5월 왼쪽 사타구니 긴장, 6월 왼쪽 손목 타박상, 7월 왼쪽 정강이 타박상으로 3번 이탈하면서 데뷔 후 가장 적은 43경기 출장에 그쳤다. 올해는 57경기 뛰었지만 결국 시즌 절반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4년간 각각 58경기, 47경기, 43경기, 57경기로 총 205경기 출장에 그쳤다. 이 기간 결장이 각각 104경기, 115경기, 119경기 그리고 올해 88경기로 총 426경기에 달한다. 경기 출장률이 32.5%에 불과하다. 역대급 유리몸 선수가 아닐 수 없다.
원래 이런 선수가 아니었다. 2013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데뷔한 뒤 7년간 916경기 타율 2할9푼(3424타수 994안타) 136홈런 546타점 OPS .859로 활약했다. 풀타임 주전이 된 뒤 6년간 5번이나 136경기 이상 출장했다. 공수겸장 3루수로 건실함을 자랑했고, 2019년 워싱턴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도 이끌었다.
이후 FA 시장에 나온 렌던은 에인절스와 7년 2억45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 때만 풀로 뛰었을 뿐, 이후 4년 연속 유리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성적도 갈수록 떨어지더니 올해 커리어 최악으로 향하고 있다.
57경기 타율 2할1푼8리(206타수 45안타) 무홈런 14타점 OPS .574로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개인 최다 34개의 홈런을 터뜨리는 등 통산 158홈런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무려 238타석 무홈런이다. 23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317명 중 무홈런은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방출된 팀 앤더슨(241타석)과 렌던 2명뿐이다.
렌던은 “너무 오랫동안 부상, 수술과 싸워왔기 때문에 기량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더 젊어지진 않겠지만 끝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 예전의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실망스럽지만 계속 인내하고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