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이 가장 적다".
지난 8일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경기. KIA가 5-2로 앞선 가운데 8회말 공격에 들어갔다. 불펜에서는 마무리 정해영이 부지런히 몸을 풀고 있었다. 3점차 세이브 상황이었다. 1세이브만 추가하면 30세이브 고지를 밟는다. 2022시즌 이후 2년만이다.
그런데 8회말 서건창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보태 6-2로 벌어졌다.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다. 마운드에 올라와 1이닝을 1피안타 1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지켰다. 이날은 임시 대체외인 에릭 스타우트가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고 첫 승을 따낸 날이었다. KIA는 하루에 매직넘버 2개를 삭제해 7까지 줄였다.
마무리 투수들에게 30세이브는 자존심이 걸린 숫자이다. 한 팀의 뒷문지기이자 KBO리그의 우등 마무리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 기회를 놓쳤으니 아쉬움도 있을 수 있다. 정해영은 "30세이브가 중요하지 않다. 오늘 승리, 팀의 우승이 더 중요하다"고 개의치 않았다. 물론 13경기가 남아있어 언제든 세이브를 추가할 수 있지만 현재는 팀 우승이 첫 번째라는 것이다.
그 기회는 다음날 바로 찾아왔다. 1-2로 뒤지다 8회말 4점을 뽑았다. 더그아웃 앞에서 볼을 던지면 몸을 풀고 바로 마운드에 올랐다. 최주환의 타구가 글러브에 맞아 안타를 허용했으나 범타와 병살타로 유도하고 승리를 지켰다. 주먹을 불끈 쥐며 당당히 30세이브 고지에 올라섰다. 팀의 매직넘버는 6으로 줄었다.
통산 120세이브이자 시즌 30세이브는 의미가 크다. 입단 2년차인 2021년 마무리 보직을 맡아 2년 연속 30세이브를 따냈다. 타이거즈 역대 첫 기록이었다. 그러나 2023시즌은 갑작스러운 구위저하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 23세이브에 그쳤다. 올해는 구속과 구위를 회복하며 개막 초반부터 뒷문을 단단히 지켰으나 어깨염증으로 43일간이나 자리를 비웠다.
두 번째 시련도 이겨냈다. 복귀후 9세이브를 추가해 자존심 30세이브를 채웠다. 제자리로 돌아와 든든한 마무리로 자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어가고 있다. 타이거즈 세 차례 30세이브는 선동열(2회)과 임창용(1회)을 넘은 것이다. 게다가 생애 첫 세이브왕도 예약했다. 2위 오승환(27세이브)과 3개 차이로 벌렸다. 1998년 임창용 이후 26년만의 타이거즈 세이브 타이틀도 다가오고 있다.
49경기에 출전해 2승3패30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63을 기록중이다. 블론세이브는 3개이다. 이범호 감독도 블론세이브에 주목했다. 좀처럼 역전을 당하지 않아 우승과정에서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다른 팀 마무리에 비하면 블론 세이브도 가장 적다. 현재 세이브 가장 많이 하는 투수이다. 부상없이 (우승)마지막까지 해줄수 있도록 신경쓰는게 가장 중요하다"며 신뢰를 보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