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젊은 투수들도 있지만 다가올 겨울 프로야구 FA 시장의 최대어는 아무래도 ‘KBO 통산 홈런왕’ 최정(37·SSG)이 될 것 같다. 나이가 무색한 활약뿐만 아니라 보상선수가 발생하지 않는 ‘C등급’이란 점에서 최고가 계약이 기대된다.
최정은 지난 8일 사직 롯데전에서 5타수 3안타 1득점 1볼넷으로 4출루 활약을 펼치며 SSG의 승리와 가을야구 불씨를 살렸다. 1회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내더니 3회 좌측 펜스를 때리는 3루타로 추가점 발판을 마련했다. 4회, 8회에도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왜 SSG가 ‘최정 랜더스’인지 또 보여줬다.
최정은 올 시즌 115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410타수 118안타) 33홈런 92타점 81득점 52볼넷 20사구 101삼진 출루율 .389 장타율 .590 OPS .979를 기록 중이다. 홈런·장타율·OPS, 타격 주요 3개 부문 3위에 오르며 여전히 리그 정상급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9년 연속 26홈런 이상 때리면서 큰 부상 없이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
최정은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된다. 다가올 FA 시장에는 LG 최원태(27), KT 엄상백(28) 등 20대 젊은 선발부터 롯데 김원중(31), 구승민(34), KIA 임기영(31), 장현식(29), SSG 서진용(32) 등 경험 풍부한 불펜들까지 투수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야수 쪽에선 KT 유격수 심우준(29)이 있지만 최대어 급은 아니다.
여러 젊은 FA 자원들이 있지만 최대어는 최정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1987년생으로 어느덧 37세 베테랑이 됐지만 뚜렷한 노쇠화 조짐이 없다. 타격뿐만 아니라 3루 수비도 107경기(102선발) 834⅔이닝을 소화하며 공수에서 높은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에이징 커브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KIA 외야수 최형우(41), 삼성 포수 강민호(39), 롯데 외야수 전준우(38)처럼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롱런하는 야수들이 점점 늘고 있다. 투수 쪽에는 삼성 오승환(42), SSG 노경은(40), LG 김진성(39)이 건재를 알리고 있다. 스포츠 의학과 트레이닝 기술의 발달로 과거보다 신체기능 유지 및 관리가 잘 이뤄지면서 확실히 선수 생명이 길어졌다.
최정도 지금 같은 타격 생산력을 앞으로 몇 년 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다. FA 시장에 나온다면 타선 보강이 필요한 여러 팀에서 군침을 흘릴 것이다. 최정이란 선수 가치도 높지만 FA 등급이 ‘C’라는 점이 크다. 3차 FA 선수는 C등급으로 분류되는데 최정은 2014년 시즌 후 4년 86억원, 2018년 시즌 후 6년 106억원에 원소속팀 SK와 두 번의 FA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C등급 FA는 다른 구단이 영입시 보상선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전년도 연봉의 150%만 원소속팀에 보상하면 된다. 최정의 경우 올해 연봉이 10억원이니 15억원의 보상금이 필요하다. 보상금 규모가 꽤 크긴 하지만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출혈이 없다는 건 FA 시장에서 선수에게 엄청난 메리트다.
2005년 SK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SSG로 구단 간판이 바뀐 뒤에도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KBO리그 통산 최다 491홈런을 기록 중인 ‘20년 원클럽맨’ 최정이 인천을 떠나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FA 시장 상황은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고, 최정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경쟁균형세로 이름을 바꾼 KBO 샐러리캡이 137억 1165만원으로 20% 증액한 점도 최정의 몸값을 높이는 요소.
SSG로선 FA 개장 전 다년 계약으로 최정을 붙잡는 게 최상이지만 시장 수요가 있어 쉽지 않은 분위기. 역대로 비FA 다년 계약을 제외하고 FA 계약만 3번 체결한 선수로는 2015년 11월 포수 조인성(한화 2년 10억원), 2017년 1월 내야수 정성훈(LG 1년 7억원), 외야수 이진영(KT 2년 15억원), 2019년 1월 외야수 박용택(LG 2년 25억원), 2021년 12월 포수 강민호(삼성 4년 36억원) 등 5명이 있었다. 최정이 이들의 계약 조건을 훌쩍 뛰어넘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