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불괴’라고 불릴 정도로 몸이 튼튼한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이런 시련이 닥칠 줄 몰랐다. 어깨 염증 부상이 장기화되면서 복귀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FA를 앞두고 당한 부상이라 시기상으로도 좋지 않다.
‘MLB.com’은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김하성이 여전히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잰더 보가츠가 유격수 옵션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보가츠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2루수로 선발 출장했지만 6회부터 유격수로 옮겨 4이닝을 수비했다.
김하성은 지난달 1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3회 안타를 치고 나간 뒤 상대 견제구에 1루로 귀루하며 슬라이딩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어깨 통증을 느껴 교체됐다. 검진 결과 염증이 발견돼 메이저리그 데뷔 4년 차에 처음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에도 김하성은 부상이 없는 선수였다. 2018년 5월 화분을 옮기다 손바닥을 다쳐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것을 빼면 주전 유격수가 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총 831경기를 출장했다. 결장은 33경기로 출장률이 96.2%에 달했다.
메이저리그에 와서도 주전이 된 2022년 150경기를 뛰었고, 지난해에도 152경기로 풀타임을 너끈히 소화했다. 올해도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팀의 125경기 중 121경기를 뛰며 튼튼한 내구성을 자랑했다.
당초 열흘 정도 지나면 복귀할 수 있는 경미한 부상으로 보였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3주의 시간이 흘렀지만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선수단에 합류해 타격 연습을 함께하고 있고, 유격수 자리에서 수비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포구는 문제가 없지만 송구를 할 때 힘을 싣지 못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송구 거리가 긴 유격수가 어깨 힘이 받쳐주지 않으면 강한 송구가 어렵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김하성의 복귀 시점에 대해 “우리가 원하는 만큼 가까워지지 않았다. 상태가 나빠진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평가 과정에 있다”며 말을 아꼈다.
MLB.com은 ‘8일 경기 전 훈련에서 김하성은 유격수 자리에서 땅볼을 받고 다이아몬드를 가로지르는 송구를 늘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100% 힘으로 던지지 못했고, 던지는 중에도 긴장을 풀지 못했다. 시즌 내 복귀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며 ‘샌디에이고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매체 ‘디애슬레틱’도 ‘샌디에이고는 김하성 없이 남은 시즌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며 보가츠가 이날 6회부터 유격수로 4이닝을 소화한 점을 주목했다. 김하성에게 주전 유격수 자리를 내주며 2루수로 옮긴 보가츠가 원래 포지션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하성이 빠진 뒤 콜업돼 선발 유격수로 투입된 메이슨 맥코이는 18경기에서 타율 2할4리(49타수 10안타) 3타점 OPS .523에 그치고 있다. 콜업되자마자 5경기 연속 안타로 반짝 활약했지만 금세 한계를 드러냈다. 최근 5경기 13타수 연속 무안타로 침묵 중이다. 수비는 준수하지만 이런 타격 생산력으로는 남은 시즌, 더 나아가 가을야구에서도 주전으로 쓰는 건 무리다.
김하성이 처음 부상을 당했을 때 유격수 복귀가 아닌 2루수로 남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보가츠이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만약 김하성이 돌아오지 못할 경우 샌디에이고로선 2루수 보가츠를 유격수로,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2루수로, 지명타자 루이스 아라에즈가 1루수로 이동하는 게 타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코너 내야수이자 지명타자 자원으로 타격이 좋은 도노반 솔라노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보가츠도 이런 팀 사정을 이해했다. 그는 “솔라노가 라인업에서 제외된 것은 분명 아쉽다. 그가 매 타석마다 얼마나 훌륭한 타격을 보여주는지 알고 있다. 매일 출장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며 팀을 위해 다시 유격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사를 살짝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