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도 잘만 하면 스타가 된다!
올해 안방극장을 휩쓴 화제의 키워드 중 하나는 ‘불륜남’이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한 이들이다. 불륜남 캐릭터가 과거엔 욕만 먹었던 악역이라면, 이젠 작품의 인기를 이끄는 주축으로 연기만 잘한다면 착한 주인공 못지 않게 인기를 끌게 됐다.
그리고 이 중심에 상반기엔 ‘쓰레기 남편’ 이이경이, 하반기엔 ‘국민 불륜남’ 지승현이 있었다.
#이이경, 은퇴설까지 부른 쓰레기 남편
올해 초 가장 화제가 된 드라마는 단연 케이블채널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극본 신유담, 연출 박원국)다. 배우 박민영을 주인공으로 한 회귀물로, 박민영 뿐만 아니라 나인우와 송하윤, 이이경까지 주연 배우들 모두가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무엇보다 이이경은 악역이지만 인생 캐릭터를 맡아 재발견됐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날 살해당한 강지원(박민영 분)이 인생 2회차 기회를 맞아 시궁창 같은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운명 개척 드라마다. 이이경은 극 중 강지원의 남편이자 그녀를 살해한 박민환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 없이 가볍고, 툭하며 ‘욱’하는 성격으로 강지원을 힘들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특히 박민환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내의 절친 정수민(송하윤 분)과 바람을 피우는 것은 물론,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인물이다. 강지원의 인생 2회차에도 정수민과 오유라(보아 분)를 오가는 이기적인 인물. 또 시대착오적인 말과 행동으로 남편의 권위만 강조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기도 했다.
이이경은 그런 박민환을 제옷 입은 듯 완벽하게 그려냈다. 얄밉고 자기중심적인 박민환에 100% 몰입해 밉살스러운 여기를 보여줬다. 심지어 ‘이이경의 은퇴작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밉상 악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그였다. 결국 악역이지만 욕을 먹으면서도 인기를 얻었고, ‘쓰레기 남편’이라는 수식어로 인생 캐릭터를 만든 이이경이었다.
#지승현, 국민 불륜남 된 사연
이이경이 ‘쓰레기 남편’으로 인생작을 만들었다면, 요즘은 지승현이 ‘국민 불륜남’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극본 최유나, 연출 김가람)에서 아내 차은경(장나라 분)의 비서인 최사라(한재이 분)와 불륜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이혼의 모든 탓을 아내에게 돌리는 남편이었다.
지승현이 연기한 김지상은 동네 병원에서 페이닥터로 일하며 바쁜 아내 차은경 대신 육아를 도맡아 온 인물이다. 일로 바쁜 차은경과 소원해지고 최사라와 외도를 저지르면서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괘씸한 점은 자신이 외도를 저질렀음에도 이혼의 모든 이유를 아내에게 돌렸다는 점.
특히 김지상은 차은경과의 이혼 전쟁 중 딸의 양육권을 가져오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내연녀 최사라를 내치는 것은 물론, 뻔뻔한 행보를 이어가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아내와 내연녀 모두에게 막말을 하며 자신의 상처만 강조했다. 결국 이혼은 마무리됐지만, 뻔뻔한 불륜남 김지상은 ‘국민 밉상’이 됐다.
재미있는 점은 지승현 역시 불륜남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다는 점이다. ‘국민 불륜남’이란 수식어를 얻은 것은 물론, 시청자들을 향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김지상은 미워해도 지승현은 미워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드라마 캐릭터가 현실에서도 이어질 정도로 뜨거운 관심과 인기였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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