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신인 지명권 2장이 아깝지 않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내야수 김휘집(22)이 트레이드 후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김휘집은 지난 7일 대구 삼성전에 4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 시즌 15호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NC의 9-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13일 창원 SSG전 이후 시즌 두 번째 선발 4번 타자로 나선 경기에서 김휘집이 존재감을 보여줬다.
1회 1사 1,3루 찬스에서 삼성 좌완 선발 백정현의 초구 체인지업을 받아쳐 1타점 중전 적시타로 기선 제압을 이끈 김휘집은 3회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백정현의 2구째 가운데 몰린 커브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겼다. 비거리 125m, 시즌 15호 홈런. 앞 타자 맷 데이비슨과 함께 백투백 홈런이었다.
이어 4회 2사 만루 찬스에선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투스트라이크 불리한 카운트에서 3구째 바깥쪽 낮은 직구를 받아쳐 중견수 앞으로 타구를 보냈다. 스코어를 9-1로 벌린 쐐기타로 NC 승리를 이끌었다. NC도 2연패를 끊고 실낱같은 가을야구 희망을 살렸다.
NC의 트레이드도 성공작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5월30일 NC는 키움에 2025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과 3라운드 지명권을 주는 조건으로 김휘집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리빌딩 모드인 키움은 NC로부터 전체 7순위, 27순위 지명권을 받고 미래를 기약했다. 오는 11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 지명권들로 미래 씨앗을 뿌린다.
반면 NC는 가을야구를 위한 승부수로 지명권 2장 출혈을 감수하면서 즉시 전력 김휘집을 데려왔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NC가 너무 큰 대가를 지불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는 투수 풍년으로 어느 때보다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 김휘집도 매력적인 유망주이지만 1라운드 지명권에 3라운드 지명권까지 붙여서 데려올 만한 선수였는지에 물음표가 붙어있었다.
신일고를 졸업하고 2021년 2차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키움에 입단한 김휘집은 2022년부터 유격수, 3루수로 1군에서 주전급 기회를 꾸준히 받았지만 성장세가 다소 더뎠다. 2022~2023년 2년 연속 홈런 8개로 장타력을 보였으나 수비 불안과 컨택 능력이 아쉬웠다.
하지만 NC에 와서 마침내 잠재력이 터지기 시작한 모습이다. NC 이적 후 72경기 타율 2할8푼3리(258타수 73안타) 10홈런 42타점 OPS .806을 기록 중이다. NC 소속으로만 홈런 10개를 치며 장타력을 뽐냈다. 시즌 전체 성적도 123경기 타율 2할6푼2리(432타수 113안타) 15홈런 67타점 OPS .754로 끌어올렸다.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치면서 타율, 타점, 장타율, OPS 등 주요 기록들이 커리어 하이다.
이적 후 처음 한 달간 고전했지만 후반기 완전히 적응했다. 후반기 성적만 보면 44경기 타율 3할2푼7리(165타수 54안타) 6홈런 28타점 OPS .887. 수준급 성적을 내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비에서도 3루수(40경기 31선발 287⅔이닝), 유격수(23경기 21선발 157⅔이닝), 1루수(10경기 9선발 76이닝) 등 내야 3개 포지션을 넘나들며 기여하고 있다.
김휘집의 합류로 NC에 내부 경쟁 체제가 구축된 효과도 크다. 전반기 내내 부진에 빠지면서 유격수 자리를 안심할 수 없었던 김주원이 후반기 42경기 타율 3할2푼5리(117타수 38안타) 3홈런 13타점 OPS .937로 살아났다. 김주원이 반등에 성공한 뒤 김휘집이 3루에 주로 들어가면서 서호철과도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구단 역대 최다 11연패를 당하며 가을야구가 멀어졌던 NC는 최근 8경기 6승2패로 반등하며 불씨를 살렸다. 5위 KT에 4경기 뒤진 9위로 남은 17경기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 거포 내야수로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한 김휘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