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통산 541홈런 거포로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빅파피’ 데이비드 오티즈(49)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 MVP론에 반대 의견을 냈다. 현역 시절 지명타자라는 이유로 MVP를 한 번도 받지 못한 설움이 심술로 나타났다.
도미니카공화국의 메이저리그 전문 기자 헥터 고메즈는 지난 7일(이하 한국 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내셔널리그(NL) MVP 후보 오타니에 대한 오티즈의 의견을 전했다.
오티즈는 “메이저리그는 내가 항상 지명타자라는 이유로 MVP를 주지 않을 방법을 찾았다. 올해 그들이 어떻게 할지 지켜보겠다. 무슨 일이 있을지 지켜보려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의 사랑을 받는 선수”라고 말했다.
통산 541홈런을 터뜨리며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등번호 34번이 영구 결번된 좌타 거포 오티즈는 올스타 10회, 실버슬러거 7회, 월드시리즈 우승 3회, 월드시리즈 MVP, ALCS MVP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될 만큼 남 부러울 것 없는 커리어를 보냈지만 정규시즌 MVP가 한 번도 없었다.
2005년 아메리칸리그(AL) 2위가 MVP에 가장 근접한 시즌이었다. 당시 오티즈는 159경기 타율 3할(601타수 180안타) 47홈런 148타점 OPS 1.001로 맹타를 휘둘렀지만, 뉴욕 양키스 3루수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밀렸다. 로드리게스는 162경기 타율 3할2푼1리(605타수 194안타) 48홈런 130타점 OPS 1.031로 공수 모든 면에서 오티즈를 압도했다.
오티즈에게 가장 아쉬운 시즌은 이듬해인 2006년이었다. 그해 151경기 타율 2할8푼7리(558타수 160안타) 54홈런 137타점 OPS 1.049로 최고의 타격 성적을 냈다. AL 홈런, 타점 1위에 올랐지만 MVP 투표 결과 3위에 그쳤다. 미네소타 트윈스 포수 저스틴 모노(157경기 타율 .321 34홈런 130타점 OPS .934)가 MVP를 차지했고, 그 다음은 양키스 유격수 데릭 지터(타율 .343 14홈런 97타점 OPS .900)였다. 오티즈는 모노와 지터에게 밀려 1위표를 한 장도 받지 못했다.
수비 기여도가 없는 풀타임 지명타자였던 오티즈는 MVP 레이스에 있어 그만큼 핸디캡을 안고 있었다. 오티즈뿐만 아니라 모든 지명타자들이 그랬다. 1973년 AL에서 처음 시작돼 2022년부터 NL에도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됐지만 아직 풀타임 지명타자 MVP는 한 번도 탄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오타니가 역대 최초 지명타자 MVP를 눈앞에 두고 있다. 138경기 타율 2할9푼1리(549타수 160안타) 45홈런 100타점 112득점 46도루 출루율 .376 장타율 .617 OPS .993을 기록 중인 오타니는 지난 7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 시즌 45호 홈런을 치며 메이저리그 최초 45홈런-45도루를 기록했다. NL 홈런·타점·득점·장타율·OPS 1위 오르며 독보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을 하면서 올해 투수로 나서지 않고 있는 오타니는 풀타임 지명타자로 뛰고 있다. 수비 기여도는 없지만 오티즈와 달리 타석뿐만 아니라 주루에서도 46개의 도루에 성공률 92%로 엄청난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베이스볼레퍼런스 기준 WAR도 NL 1위(7.2)로 같은 리그에서 이렇다 할 적수가 없다. ‘30홈런 유격수’ 프란시스로 린도어(뉴욕 메츠)가 현지 언론에서 대항마로 내세우며 경쟁 구도를 부추기고 있지만 오타니 대세론을 꺾기는 어렵다.
오티즈 말대로 오타니는 모든 이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메이저리그 아이콘이다. 지명타자 최초 MVP 수상은 유력하며 만장일치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50-50 대기록을 달성하면 만장일치 수상이 확실할 것이다. 남은 21경기에서 홈런 5개, 도루 4개만 추가하면 된다. 산술적으로 오타니는 51홈런 52도루 페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