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선선해지자 방황하던 천재타자의 방망이가 깨어나고 있다. 공교롭게도 순위싸움이 가장 치열한 시기 반등에 성공, KT 마법의 여정에 큰 힘이 더해질 전망이다.
프로야구 KT 위즈 간판타자 강백호(25)는 지난 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13차전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 맹활약하며 팀의 9-3 승리 및 시즌 첫 4위 도약을 이끌었다.
첫 타석부터 쾌조의 타격감을 뽐내며 3안타쇼의 서막을 열었다. 2-0으로 앞선 1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볼카운트 2B-2S에서 NC 선발 이준호의 6구째 141km 직구를 공략, 중전안타를 치며 최근 4경기 연속 안타에 성공했다.
4-0으로 앞선 2회초 찬스도 놓치지 않았다. 2사 만루 기회에서 타석을 밟고, 이준호 상대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경기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왔다. 초구 볼을 지켜본 뒤 2구째 133km 슬라이더를 제대로 받아쳤다.
강백호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6-3으로 리드한 5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중전안타를 치며 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 이어 2경기 연속 3안타를 달성했다. NC 2라운드 루키 임상현을 만나 8구 승부 끝 안타에 성공했다. 강백호는 유격수 포구 실책을 틈 타 2루를 거쳐 3루에 도달한 뒤 심우준의 좌전안타 때 여유롭게 홈을 밟았다.
강백호는 6회초 2루수 땅볼, 9회초 1루수 땅볼을 치며 기분 좋게 타석을 마무리했다. 2경기 연속 3안타에 힘입어 시즌 타율을 2할8푼6리에서 2할8푼9리로 끌어올렸다.
강백호는 지난 2년간의 부진 및 방황을 딛고 프로 7년차를 맞아 천재타자의 면모를 되찾았다. 7월 중순까지 꾸준히 3할 타율을 유지했고, 홈런 23개를 때려내며 당시 기준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 최정(SSG 랜더스), 김도영(KIA 타이거즈)에 이어 홈런 부문 공동 4위를 질주했다. 수비에서는 안방마님으로 깜짝 변신해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다.
강백호는 날씨가 급격히 더워진 7월부터 슬럼프를 겪었다. 7월 월간 타율 2할4푼7리에 이어 8월 2할1푼6리의 저조한 타격을 거듭하며 한때 3할4푼8리까지 치솟았던 시즌 타율이 2할8푼2리까지 떨어졌다. 8월 한 달 동안 101타석에 들어서 안타를 19개밖에 때려내지 못했고, 삼진 26개를 당했다.
강백호는 8월 3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4경기 연속 무안타 늪에서 탈출했다. 이는 반등의 서막이었다. 9월 4일 사직 롯데전에서 4타수 1안타 2득점으로 흐름을 잇더니 5일 롯데전 4타수 3안타 1타점 2볼넷 3득점으로 부활을 제대로 알렸다. 6일 활약까지 더해 강백호의 9월 3경기 타율은 5할3푼8리(13타수 7안타)에 달한다.
강백호의 반등이 유독 반가운 이유는 KT가 시즌 막바지 역대급 순위싸움에 휘말려 있기 때문이다. 1승과 1패가 1승과 1패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시기인데 강백호가 살아나면서 2연승에 성공했고, 두산을 제치고 시즌 첫 4위로 도약했다. 아울러 8월 9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약 한 달 만에 5할 승률까지 회복했다.
KT가 살아난 강백호를 등에 업고 남은 14경기에서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