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분위기가 정말 미쳤었는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내내 외국인 타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일본야구를 경험하고 장타력을 더해줄 데이비드 맥키넌과 시즌을 시작했다. 그런데 맥키넌은 기대했던 장타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퇴출됐다. 맥키넌 대신 데려온 선수는 루벤 카데나스. 합류와 동시에 홈런포 2방을 펑펑 터뜨리더니 그게 끝이었다. 합류 후 6경기 만에 허리를 부여잡았다. 열흘을 쉬고 다시 경기에 나섰지만 제대로 플레이 하지도 못했다. 허리 쪽 문제를 한 번 겪었던 카데나스는 스스로 몸을 사렸고 태업 논란으로 이어졌다. 결국 7경기 만에 초단기 퇴출을 당했다.
이미 외국인 타자 2명에게 데인 삼성이지만 그렇다고 외국인 타자 없이 남은 시즌을 치를 수는 없었다. 포스트시즌까지 확정적인 상황. 결국 포스트시즌에 나설 수 있는 외국인 선수 등록 기간인 8월 15일이 임박해서 새 외국인 선수를 데려왔다. 그리고 이 외국인 선수, 르윈 디아즈(28)는 삼성의 타선에 마지막 퍼즐을 맞추며 팀의 복덩이, 가을야구의 복덩이로 거듭나고 있다.
디아즈는 올 시즌 15경기 타율 2할9푼1리(55타수 16안타) 5홈런 14타점 OPS .939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득점권 타율은 2할2푼2리로 낮지만 임팩트 있는 홈런을 여러차례 때려내면서 외국인 거포로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디아즈는 지난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도 디아즈는 강렬한 홈런포를 터뜨렸다. 디아즈는 2-1로 역전에 성공한 5회 무사 1,3루에서 롯데 투수 나균안을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달아나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나균안의 초구 128km 높은 코스의 포크볼을 걷어 올렸고 높이 뜬 타구는 ‘사직몬스터’를 살짝 넘겼다. 발사각이 37.8도로 높은 탄도로 향한 타구였는데 디아즈는 힘으로 넘겼다.
경기 후 디아즈는 “최근 몇경기 동안 타이밍이 안 맞아서 그 부분을 신경썼는데 타이밍이 돌아오고 있구나라는 순간에 좋은 타구가 나와서 기분이 좋다”라면서 “최대한 외야 플라이라도 치자고 생각하면서 타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도 타구가 담장을 넘길지는 몰랐다고. 그는 “처음 맞자마자는 뜬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뛰면서 외야수를 쳐다봤는데 움직임을 보니까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짜로 넘어갔다”라고 웃었다. 어느덧 디아즈가 홈런을 치고 타구를 한동안 응시한 뒤 뛰는 모습은 시그니처의 모습이 됐다. 의식하지는 않지만 삼성 팬들의 엄청난 환호성을 즐기려고 한다. 그는 “의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잘 쳤을 때 그 순간 팬분들이 들려주시는 함성이 진짜 엄청난데, 그것을 즐기려고 하는 것은 맞다”라고 웃었다.
삼성은 사실상 가을야구가 확정된 상황. 큰 이변이 없는 한 삼성은 현재 순위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디아즈의 목표는 당연히 더 높은 곳이다. 그는 “팀이 어떻게 플레이오프에 나가든지, 여기에서 뛰는 동안 최대한 열심히 해서 팀을 가장 높은자리,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올려놓을 수 있게끔 하는 게 제 목표다”고 힘주어 말했다.
디아즈는 최근 2년 간 포스트시즌을 경험하기도 했다. 도미니카 윈터리그 에스트레야스 오리엔탈레스 소속으로 2022~2023, 2023~2024시즌, 2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그때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도 느껴보고 싶다.
그는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뛸 때 두 번 정도 포스트시즌 경기에 뛰어봤다. 그때 당시 현장의 분위기나 모든 게 다 정말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 느낌을 라이온즈 파크에서도 느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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