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 투수인지 보여주었다".
KIA 타이거즈 새로운 외국인투수 에릭 라우어(30)가 입단 이후 최고의 투구를 펼치며 기대감을 높였다.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6⅓이닝동안 5피안타 1볼넷 4탈진 3실점을 기록했다.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4-3 연장승의 발판을 놓았다.
1회 김태연을 삼진으로 잡은 뒤 4회 2사까지 11명의 타자를 상대로 퍼펙트로 투구를 펼쳤다. 직구와 커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제압해나갔다. 4회 2사후 안치홍 2루타 노시환 적시타를 맞고 선제점을 허용했으나 채은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하고 추가실점을 막았다.
5회도 2안타를 맞고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병살로 유도해 불을 껐다. 7회가 아쉬웠다. 1사후 채은성 내야안타, 장진혁 볼넷을 허용하고 등판을 마쳤다. 구원에 나선 곽도규가 두 개의 적시타를 내주고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승리자격은 날아갔다. 그러나 처음으로 6이닝 이상을 던지며 퉐리티스타트를 작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메이저리그 36승의 화려한 경력을 갖춰 '우승청부사'로 기대받으며 입단했다. 전날까지 4경기에서 1승을 거두었을뿐 평균자책점이 6점을 넘었다. 이유는 우타자 약점이었다. 좌타자 피안타율은 1할9푼2리이지만 우타자들에게 3할8푼으로 약했다. 마운드에서 답답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ML 36승 클래스를 보여주지 못하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날 등판을 앞두고 변화를 택했다. 피치컴을 차고 자신이 직접 사인을 냈다. 투구 위치도 투구판 가운데로 바꾸었다. 경기전 이범호 감독은 "오늘은 포수가 리드 하지 않는다. 머리를 비우고 자신이 원하는 구종과 원하는 코스로 던진다. 메이저리그 출신인데 성적이 안좋으니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잘던지고 싶은 의욕 충만하다"며 기대했는데 쾌투로 증명했다.
수훈선수로 뽑혀 단상에 올라 환한 웃음을 지었다. 후련한 얼굴 표정이었다. "내가 짠 플랜대로 내 모든 구종을 좋게 활용했다.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팀이 이겨서 만족한다. 피치컴을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투구 사이에 템포 조절도 내가 할 수 있었다. 내 리듬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투구판 가운데서 던지니 변화구 각이 좋아졌다"며 호투의 비결을 설명했다.
긍정적인 신호는 우타자 약점을 극복한 모습이다. 이날 7명의 우타자를 상대로 19타수 3안타에 불과했다. "직구로 우타자를 많이 공략했다. 다음에는 변화구로 타이밍을 많이 뺏으려고 했다. 첫 타순은 직구와 커터 위주로 던졌고 두 번째 타순은 변화구를 많이 섞었다. 우타자를 상대로 했던 플랜이 오늘 잘 통했다. 그걸 통해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라우어의 첫 쾌투는 팀에게는 긍정적 신호이다. 남은 경기에서 우승매직넘버 10을 삭제할 힘을 얻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경쟁력이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생겼다. "예전에는 타자에게 끌려갔지만 내 공을 던지면서 경기를 이끌어갔다. 분명히 오늘 호투가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 경기를 통해 내 투구가 무엇이고 내가 어떤 투수였는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