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피해 다니기 바빴던 것 같아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정훈(37)의 야구인생처럼, 오뚝이처럼 시련을 극복했다. 정훈은 충격의 5연속 삼진 이후 다시 팀을 이끄는 베테랑으로서 활약을 이어갔다.
롯데는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7-5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5강의 의지를 이어갔다. 이로써 5위 KT와 2경기 차이로 좁혀졌다.
이날 정훈은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5회초 순식간에 4실점 하면서 0-4로 끌려가던 롯데. 하지만 5회말 곧바로 추격의 점수를 뽑았다. 정훈부터 시작이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갔다. 후속 나승엽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박승욱의 중전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정훈은 혼신의 질주를 펼치면서 득점을 만들었다.
이후 위기를 극복했고 7회초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레이예스의 중전안타와 전준우의 적시 2루타로 2-4를 만든 상황. 정훈은 다시 한 번 해결사로 나섰다.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로 전준우를 불러들였다. 3-4를 만들었다. 이를 기점으로 6득점의 빅이닝이 나오며 롯데는 역전승을 거뒀다.
정훈은 지난 1일 잠실 두산전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지만 충격의 5연타석 삼진을 당했다. 6연타석 삼진의 위기였다. 하지만 연장 12회 박치국을 상대로 4-3의 결승점을 만드는 적시타를 뽑아내며 충격파에서 벗어났다.
4일 경기 후 만난 정훈은 당시를 떠올리며 “지명타자를 하기 싫다는 생각을 거의 처음 했다. 두 번째 삼진까지는 괜찮았는데 5개까지 삼진 당할 동안 어디 있을 곳이 없더라. 라커룸도 못 가겠더라”라면서 “그래도 감독님께서 끝까지 믿고 내보내주셔서 그런 안타가 나왔다. 만약 안나왔으면 타격이 있었을 것 같다. 다행히 팀도 이기고 저도 하나 치고 해서 좋은 기운이 왔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후 “일단 저는 감독님 피해다니기 바빴다. 최대한 동선 안 겹치게 돌아다녔다”라고 웃었다.
정훈은 베테랑으로서 젊은 선수들까지 다독이고 있고 그러면서 다시 일어섰다. 정훈의 야구인생처럼 이번 시련도 극복했다.
경기 출전에 대한 갈망도 있지만 그것보다 팀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는 “제가 매일 경기를 나가서 경기 결과로서 보여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 정말 이기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라면서 “그리고 또 젊은 선수들도 생각보다 잘 따라주고 있고 질문도 많이 한다. 제가 안타 하나 치면 더 기뻐해주는 그런 모습들 때문에 저도 애들에게 화이팅을 넣어주는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이날 추격의 2루타 상황에 대해서는 “연습할 때도 감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에서 보여주는 것은 다른 것이라서 컨디션과 관계없이 치려고 한다”라면서 “밀어쳐셔 2루타를 만든 것도 어떻게든 2루 쪽으로 굴리자는 생각으로 쳤다. 이런 장면을 후배들도 보고 있기 때문에 후배들도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하다 보면 팀도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5강 진출에 대한 섣부른 자신감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조건 이기겠다는 각오 하나는 분명하다. 그는 “우리가 경기가 가장 많이 남았다. 몇승 몇패를 한다는 가정은 솔직히 의미가 없다. 그게 독이 될 수 있다”라면서 “한 경기에 체력을 다 쓴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가봐야할 것 같다. 우리는 어떻게든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1위 팀과 붙어도 차이 난다는 느낌이 없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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