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파이어볼러’ 문동주(21)는 전반기에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13경기에서 3승6패 평균자책점 6.92. 두 번이나 2군에 다녀올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직구 평균 구속이 작년보다 조금 감소했고, 제구도 흔들리면서 단조로운 투구 패턴으로 계속 맞아나갔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후반기에 완벽 부활했다. 8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2.60으로 위력투를 펼치며 한화의 5강을 향한 진격을 이끌고 있다. 어느덧 시즌 7승(7패)째를 거둔 문동주는 평균자책점도 5.17로 낮췄다. 후반기 규정이닝 투수 25명 중 평균자책점 3위로 국내 투수 중 1위에 빛난다.
지난 3일 대전 두산전에서 달라진 문동주의 투구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앞서 두산전 3경기 3패 평균자책점 18.56으로 절대 약세를 보였지만 이날은 6이닝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 호투로 설욕하며 한화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5회 1사 후 강승호, 허경민, 이유찬에게 3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허용했지만 빗맞은 타구들이 야수가 없는 곳에 떨어지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흔들릴 수 있었지만 계속된 1사 1,2루에서 조수행과 정수빈을 연속 삼진 잡고 추가 실점을 주지 않은 문동주는 6회까지 84구로 임무를 마쳤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60km, 평균 154km 강력한 직구(41개)를 중심으로 슬라이더(19개), 커브, 포크볼(이상 12개)을 섞어 던졌다.
2회 강승호 상대 던진 4구째 직구는 시속 160.1km로 측정됐다. 트랙맨 기준 올 시즌 문동주가 던진 가장 빠른 공. 문동주 부활의 원천도 바로 이 빠른 공이었다. 전반기에도 빠른 공을 던지긴 했지만 지금처럼 구위가 이렇게 좋진 않았다. 경기 후 문동주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제구가 잘되면서 카운트 선점을 잘했다. 거기에 직구 구위 좋아졌다. 내가 가장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한 부분이 직구 구위인데 그게 좋아지니 나머지 변화구들도 한꺼번에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8월부터 새롭게 꺼내든 포크볼의 움직임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한두 개 보여주는 식으로 포크볼을 던졌는데 최근 2경기에선 각각 14구, 12구로 비율이 크게 늘었다. 이날 두산전도 탈삼진 8개 중 4개의 결정구가 포크볼. 정수빈, 김재환, 조수행 등 좌타자들이 문동주의 포크볼에 속아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정수빈은 두 번이나 당했다.
고교 시절 포크볼을 던졌지만 손톱 문제로 프로에 와서 봉인했던 문동주는 “전반기 때부터 박승민 코치님이랑 포크볼을 얘기했다. 올해는 포크볼을 던질 생각이 없었는데 연습을 하다 보니 경기 때도 한두 번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지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고, 그러다 보니 포크볼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확실히 투구 레퍼토리가 다양해졌다. 직구, 슬라이더, 커브를 주로 던진 문동주는 빠른 속도의 직구, 슬라이더 외에 타자를 유인할 만한 변화구가 커브밖에 없었다. 커브 제구가 안 되는 날은 사실상 투피치였지만 포크볼이 장착되자 타자들 노림수가 복잡해졌다.
하지만 문동주는 후반기 반등 원인을 포크볼보다 직구 구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포크볼도 후반기에 좋아진 이유 중 하나겠지만 그게 정답이라고 보긴 어렵다. 포크볼보다 직구 구위가 좋아진 게 가장 크다”며 구위를 회복한 이유에 대해선 견갑골 상태 회복을 이야기했다.
문동주는 “사실 등이 좀 안 좋았다. (구위 회복은) 그거 말곤 다른 이유가 없다. (견갑골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는데 좋아지면서 구위가 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견갑골은 보통 날갯죽지라고 부르는 부위로 쇄골 아래에 자리한 어깨뼈를 말한다. 공을 못 던질 정도의 통증은 아니었지만 견갑골에 불편함이 있었고, 팔 스윙이나 투구 밸런스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최상의 구위를 내지 못했다.
전반기에 부진할 때도 문동주는 견갑골 핑계를 대지 않았지만 내부에선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전반기 추가 등판이 가능한 상황에서 6월말 문동주를 1군 엔트리 제외한 뒤 회복할 시간을 줬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가 끝나고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