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일본 야구계가 악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요코하마 DeNA의 외야수 세키네 다이키(29)는 지난달 자신이 청구한 정보 공개 가처분 신청이 법원으로부터 인용됐다고 SNS를 통해 밝혔다. 이번에 정보 공개 청구가 받아들여진 온라인 메시지는 모두 8건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지난 4월 26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경기 중에 벌어진 사건이다. 1-2로 뒤지던 홈팀 요코하마는 8회 무사 1, 2루의 기회를 얻었다. 이때 타석에 들어선 세키네는 보내기 번트 동작을 취했다.
그런데 투구는 몸쪽 바짝 붙는 코스로 향했다. 타자는 번트를 대지 못하고 피하면서 쓰러졌다. 그 사이 공은 포수 미트에 들어갔고, 스타트했던 주자 2명은 런다운에 걸렸다. 이때 넘어졌던 세키네는 “공이 왼발에 스쳤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구심이 이를 받아들였고, 몸에 맞는 볼(사구)로 판정했다. 1사 2루가 돼야 할 상황이 무사 만루로 바뀐 것이다.
상대 감독(아베 신노스케)은 즉각 반발했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느린 화면에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원심 그대로 유지됐다. 이후 만루가 되고, 여기서 와타라이 류키의 그랜드슬램이 터졌다. 스코어는 7-2로 뒤집혔고, 그대로 종료됐다.
그러자 몇몇 성난 팬들이 SNS를 통해 세키네에게 악플을 퍼부었다. ‘역시 쓰레기야’ ‘죽어라’ ‘심판과 함께 없어져라’ 같은 내용들이다.
세키네는 법원 결정문을 자신의 SNS에 공개한 뒤 “문제의 게시물을 작성한 분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며 대리인인 변호사의 연락처를 남겼다. 그러면서 “이분들에 대한 비방은 없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악플을 그만두자는 것이 자신의 취지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본 사회는 그동안 온라인 이용자들의 표현에 비교적 관대한 입장이었다. 대중에 공개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는 전통적인 인식이 강한 탓도 있다.
때문에 우리처럼 포털 사이트의 (연예, 스포츠 뉴스 등) 댓글 창이 관리되는 경우도 없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천 건의 리플이 달리기도 한다.
따라서 이번 세키네의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주목된다. 게다가 일본 프로야구 선수회(노조)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문제의식을 호소하고 있다.
선수회는 “우리는 선수를 혼자 놔두지 않는다. 비방과 중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법적인 대응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고문 변호사를 비롯한 대책팀이 복수의 선수들이 관련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매체들도 이 문제에 관심이 크다. 법조인들의 견해를 인용해 보도하는 경우도 잇따른다. 한 매체는 “법률 전문가에 따르면 당사자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는 DM보다, SNS에 올리는 게시글이나 댓글이 더 불법성을 갖기 쉽다”며 주의를 촉구한다.
DM의 경우는 비방의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공공성이 낮다는 이유다. 그렇다고 무조건 면책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거 세이부 라이온즈의 겐다 소스케의 부인을 괴롭힌 DM이 법적인 처벌을 받은 예가 있다.
반면 악성 게시글이나 댓글은 작성자의 의도가 다수에게 공공연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로 인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수도 있어,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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