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5강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KT 위즈가 내친김에 4위까지 바라보고 있다. 시즌 초반 10위 꼴찌로 시작했지만 한 계단씩 순위를 계속 올린 KT의 뒷심이 대단하다.
KT는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전에서 6-2로 승리하며 5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의 6이닝 1실점 호투와 배정대, 황재균, 문상철, 멜 로하스 주니어의 솔로 홈런 4방이 터져 한화의 기세를 잠재웠다.
만약 이날 KT가 패했더라면 6위 한화에 1.5경기 차이로 좁혀질 수 있었다. 5위 싸움에 있어 분수령이 될 중요한 경기를 잡고 2.5경기 차이로 간격을 다시 벌렸다. 4위 두산이 최근 3연패로 주춤하면서 KT와 격차가 1경기로 좁혀졌다.
5위를 굳히면서 4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KT는 크게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팀 내 최다승을 거두고 있는 ‘예비 FA 최대어’ 투수 엄상백(28)에게 휴식을 고려하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달 31일 한화전을 앞두고 “엄상백을 한 번 쉬게 해줄까 생각 중이다. 이럴 시간이 없긴 한데 그렇게 하는 게 나를 것 같다”며 “한 번 쉬면서 몸을 만들어 마지막 3경기를 전력으로 던지는 게 낫다. (엄상백뿐만 아니라) 선발들이 지쳤다”고 말했다.
엄상백은 올 시즌 26경기에서 141⅓이닝을 던지며 11승10패 평균자책점 5.35 탈삼진 147개를 기록 중이다. 데뷔 후 개인 최다 이닝 시즌으로 첫 규정이닝 진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다승 공동 4위, 탈삼진 6위에 올라있다. KT 팀 내에선 다승과 탈삼진 1위 기록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힘이 빠졌다. 8월 6경기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8.07로 고전했다. 지난달 30일 수원 LG전에서 5⅓이닝 11피안타(2피홈런) 2볼넷 4탈삼진 8실점으로 무너지면서 패전을 안았다. 구위로 승부하는 투수인 만큼 힘이 떨어지면 버티기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이에 이강철 감독도 엄상백에게 휴식을 주며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쉽지 않은 결정이긴 하다. 6~7위 한화, 롯데에 2.5경기 차이로 앞서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4위 두산도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라 남은 17경기를 전력으로 싸워야 한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서두르지 않는다. 엄상백에게한 번 휴식을 준 뒤 마지막 3번의 선발등판에서 좋은 투구를 기대하고 있다. 힘이 떨어진 상태에서 억지로 끌고 가는 것보다 더 길게 보고 마지막에 집중한다. 잔여 경기 일정이 시작됐지만 5선발 조이현이 이번 주에도 선발등판할 전망이다.
엄상백 개인적으로도 시즌 마무리가 중요하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엄상백은 최원태와 함께 투수 FA 최대어 자리를 다투고 있다. 최원태가 8월 반등에 성공한 만큼 엄상백도 9월에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좋은 구위를 가졌지만 5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규정이닝 투수 20명 중 가장 높다는 점은 아쉽다. 한 차례 휴식이 강력한 피날레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한편 KT는 신인왕 출신 우완 투수 소형준(23)도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라이브 피칭으로 16개의 공을 던지며 오는 4일 KIA전, 7일 상무전 퓨처스리그 실전 등판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5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된 뒤 재활에 들어간 소형준은 지난 5월말 실전 복귀를 했지만 통증 재발로 복귀가 지연됐다.
올 시즌 내에는 복귀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최근 상태가 호전돼 1군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올해 1군에서 던지는 게 내년 시즌 준비에도 좋을 것이다. 올해 안 던지고 내년에 처음부터 1군에서 다시 시작하려고 하면 본인도 불안할 수 있다”며 “제구가 되는 투수라 중간이라도 되면 좋다”고 기대했다. 당장 선발로 긴 이닝을 던지기 어렵지만 중간에서 1~2이닝만 막아줘도 KT에 큰 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