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19 1차 지명자의 포텐이 터지는 것일까?
KIA 타이거즈 좌완 김기훈(24)이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지난 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중간투수로 등판해 3이닝을 단 1안타만 내주고 2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의 역투를 했다. 팀은 0-5 열세를 뒤집고 6-5로 승리했다.
3-5로 뒤진 5회 에릭 스타우트를 구원해 삼성의 강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단 한 명도 2루를 밟지 못했다. 6회말 선두타자 디아즈에게 내야안타를 맞은게 유일한 안타였다. 이도 1사후 강민호를 병살로 유도해 불을 껐다. 이후 7회까지 퍼펙트로 삼성타선을 잠재웠다.
김기훈인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자 타선이 응답했다. 김도영이 7회초 추격의 35호 솔로포를 터트렸고 나성범의 우중월 솔로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9회초 2사후 이우성의 역전 2루타까지 터쳤다. 전상현이 구원승을 따냈지만 승리의 주역은 단연 김기훈이었다.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데뷔이후 가장 임팩트 있는 기여도였다. KIA는 2위 삼성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6.5경기차로 벌리는데 성공했다. 사실상 우승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남은 18경기에서 9승(9패)을 거둔다면 삼성은 16승1패, LG는 20승 전승을 해야 역전 우승이 가능하다.
거꾸로 만일 패했다면 4.5경기차로 돌아가면서 계속 추격을 신경쓸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정규리그 우승이 걸린 빅매치였다. 그 중심에서 3이닝 무실점의 역투로 승리의 발판을 놓은 것이다. 이범호 감독은 “김기훈이 3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1피안타로 상대 타선을 막아내면서 따라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올 시즌 가장 인상 깊은 투구였다"며 박수를 보냈다.
김기훈에게도 이날 경기는 프로생활의 변곡점이 될수 있다. 2019년 계약금 3억5000만원을 받고 1차 지명투수로 입단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동열 감독의 폭풍칭찬을 받으며 개막 선발진에 이름을 넣었다. 선발 16경기 포함 79⅓이닝을 던지며 3승을 챙겼으나 제구이슈에 발목이 잡혔다.
슬럼프에 빠졌고 별다른 활약없이 입대했다. 상무에서 변화의 실마리를 찾았다. 2022시즌 막판 복귀해 150km짜리 강속구를 뿌리며 5경기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에 힘을 보탰다. 2023시즌 주력투수로 발돋음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으나 선발 경쟁에서 밀렸고 1군 주력불펜도 되지 못했다. 다시 방황의 시간이었다.
시즌을 마치고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이어 호주리그에 참가하며 구위회복에 나섰으나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컨디션 난조를 보여 결국 도중 귀국해 퓨처스 팀에서 다시 시작했다. 퓨처스팀에서도 반등하지 못하다 도약의 계기를 만났다. 6월 미국으로 건너가 노스캐롤라이나주 트레드 애슬래틱센터에 훈련을 통해 투구폼을 재정립했다. 와이드업시 두팔을 아래로 내리면서 투구하는 지금의 투구폼으로 바꾸었다.
챔피언스필드로 불러 김기훈의 달라진 구위를 직접 확인한 이 감독은 7월31일 광주 두산전에 앞서 1군에 올렸다. 구원투수로 나섰으나 ⅓이닝동안 1안타 4볼넷 1사구을 내주고 4실점했다. 역대 최다 30실점 굴욕의 원인을 제공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2군으로 내리지 않고 오히려 "볼이 좋아진 점을 확인했가. 1군에서 계속 기용하겠다"며 믿음을 주었다.
멀티이닝을 담당하는 추격조에 편성되었다. 첫 시련 이후 9경기에서 11⅓이닝동안 무실점 투구로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다. 볼넷은 4개만 내줄 정도로 제구가 개선되었다. 탈삼진은 11개를 뽑아냈다. 원래 타자의 방망이를 밀어내는 직구의 힘이 강한데다 체인지업의 구사력도 좋아졌다. 우타자를 상대해도 밀리지 않는다. 피하지 않는 공격적인 투구도 인상적이었다.
김기훈의 멀티이닝 능력은 팀 마운드에 천군만마와도 같다. 현재 5명의 선발투수 가운데 6이닝을 소화할만한 투수는 양현종 뿐이다. 선발투수들이 4회 또는 5회 강판하면 멀티이닝을 맡을 투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임기영과 함께 김기훈까지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는 지는 경기 추격조 뿐만 아니라 이기는 경기에서도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다. 우승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기훈 자신도 1차 지명자답게 마운드의 주력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