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시즌 13차전.
양팀 합쳐 27안타 28득점이 쏟아지는 역대급 타격전이 펼쳐졌다. 그 어떤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와도 얻어맞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지만 안구 정화투를 선보인 투수가 있었다. KIA 필승조 전상현이 그 주인공.
14-12로 앞선 7회 무사 1루서 곽도규 대신 마운드에 오른 전상현은 첫 타자 김지찬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고 이재현과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골랐다. 1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구자욱을 2루수 병살타로 유도하며 이닝 마무리.
8회 르윈 디아즈(중견수 플라이), 박병호(2루 땅볼), 이병헌(헛스윙 삼진)을 꽁꽁 묶었다. 전상현은 9회 정해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KIA는 삼성을 15-13으로 꺾고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 첫 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전상현은 “이런 경기는 처음 봤다. 그래서 점수 차를 신경 안 쓰고 던지려고 했다”며 “특별히 힘든 건 없었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부터 2이닝을 던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부담되거나 힘든 건 없었다”고 말했다.
8월 한 달간 13경기에 나서 2승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0.57의 완벽투를 뽐낸 전상현에게 ‘최근 페이스가 좋다’고 하자 “초반에 너무 많이 맞아서 아쉽다. 너무 많이 맞았는데 잊지 못할 것 같다. 시즌 끝까지 이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역대급 난타전을 경험한 그는 “불펜에서 경기를 보는데 무조건 타격전이 되겠구나 싶었다. 점수 상황을 최대한 신경 안 쓰려고 했다. 원래 등판하는 상황이라고 여겼다”고 밝혔다. ‘맏형’ 최형우는 2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뽐낸 전상현에게 “오늘 같은 경기는 커쇼가 나와도 맞을 경기다. 누가 나와도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잘 던졌다”고 박수를 보냈다.
한편 이범호 감독은 경기 후 “마운드에서는 곽도규와 전상현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선수가 멀티 이닝을 책임져주면서 오늘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두 선수의 활약이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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