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거 처음본다. 신기하다".
KIA 타이거즈는 27일 현재 5.5 경기차 1위를 달리고 있다. 남은 22경기에서 반타작(12승)을 거두면 우승 가능성이 높다. 이런 KIA를 보는 이들의 눈에는 신기함이 가득하다. 개막 선발진 5명 가운데 4명이나 부상으로 이탈했는데도 우승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3주만에 복귀한 최형우도 "야수는 엄청 좋은데 투수들이 이렇게 아픈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래도 1등을 해서 신기하다"고 말했다.
KIA는 2024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이유는 강력한 타선과 함께 탄탄한 선발진이었다. 역대급 메이저리거라는 윌 크로우와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제임스 네일이 새로 입단하면서 강력한 원투펀치를 보유했다. 영원한 에이스 양현종과 3년 연속 10승을 노리는 이의리, 신인 풀타임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윤영철이 포진했다.
현재는 양현종 한 명만 살아남았다. 크로우는 8경기만에 팔꿈치 인대 손상 판정을 받아 미국에서 수술했다. 이의리도 팔꿈치 인대수술을 받아 시즌을 접었다.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던 윤영철 마저 7월 척추피로골절로 주저앉았다. 굳건하게 에이스 노릇을 펼치던 네일마저 사구 턱골절상으로 쓰러졌다. 12승 에이스를 잃는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마운드에서 훌륭한 보완재가 있었다. 황동하가 이의리의 바통을 받아 선발투수로 제몫을 톡톡히 해주었다. 군필 이적생 김도현이 윤영철의 바통을 이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빈틈을 메워주었다. 크로우 자리는 캠 알드레드에 이어 에릭 바우어를 다시 영입해 활용하고 있다. 3경기 투구내용이 불안하지만 ML 36승 클래스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일의 빈자리는 아직은 물음표이다. 구단은 28일 대만리그에서 뛰고 있던 좌완 에릭 스타우트의 영입을 공식발표했다. 네일이 사구를 맞고 쓰러진지 4일만에 전격영입했다. 스타우트는 행정절차를 마치면 곧바로 투입된다. 4~5번 가량의 선발등판할 예정이다. 정규리그 우승의 구세주 알바가 될 것인지 최대의 관심사로 꼽히고 있다.
1위를 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불펜에 있다. 곽도규, 이준영, 장현식, 전상현, 정해영까지 필승조들이 힘을 발휘했다. 개막 1위 질주를 이끌었고 후반기에도 선두 유지에 큰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 불펜 주역 임기영과 최지민이 주춤했지만 미국 단기유학을 다녀온 김기훈이 달리진 구위로 힘을 보태고 있다.
리그 최강의 타선도 진짜 이유였다. '30홈런-30도루'의 주인공 김도영이 타선을 이끌고 올해 만 41살이 되는 최형우가 해결사로 타선을 이끌었다. 최형우는 내복사근 부상을 딛고 3주만에 복귀해 첫 타석에서 결승 투런홈런을 날렸다. 왜 KIA가 1위를 달리는 이유를 스스로 보였다. 이범호 감독은 "한 두 점씩 뽑으면 이길 수 없다. 확실히 점수를 뽑아야 한다"며 타선의 대폭발을 기대하고 있다. 믿는 도끼는 있었던 것이다. /sunny@osen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