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38)가 약 400만 달러 연봉을 포기했다. 우리 돈으로 약 53억원의 거액을 가만히 앉아서 벌 수 있었지만 다르빗슈는 원치 않았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제한선수명단에서 해제돼 팀에 복귀한 다르빗슈의 사연을 전했다. 가족 문제를 이유로 지난달 7일 제한선수명단에 올랐던 다르빗슈는 24일자로 부상자 명단으로 옮기며 로스터 복귀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제한선수명단에 등재된 선수는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고 서비스 타임도 인정받지 못한다. 다르빗슈는 48일 동안 이 명단에 머물면서 약 400만 달러의 금전적 손해를 봤다.
사실 다르빗슈가 받으려면 받을 수 있는 급여였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야구운영사장은 다르빗슈에게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릴 테니 급여를 지급받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건넸다. 부상자 명단에 있으면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받고, 서비스 타임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다르빗슈는 이 모든 것을 포기했다. 이 같은 사연을 전한 다르빗슈의 에이전트인 와서맨 에이전시 조엘 울프는 “선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해하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는 것은 프런트 임원과 선수 사이에 자주 볼 수 없는 일이다”며 서로를 배려한 결정이라고 알렸다.
다르빗슈가 2012년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할 때 스카우트한 사람이 당시 부단장이었던 프렐러 사장이었다. 2014년 8월 샌디에이고 단장으로 부임하며 텍사스를 떠난 프렐러 사장은 2020년 12월 시카고 컵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다르빗슈 영입했다. 지난해 2월에는 다르빗슈에게 6년 1억8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안겨주기도 했다.
울프는 “프렐러 사장은 단 한 번도 다르빗슈에게 어떠한 압박도 가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라 급여를 받을 수 있게 제안했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복귀를 위해 재활에 전념하지 않는데 돈을 받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 제한선수명단에 올랐다. 나도 그런 경우는 처음 봤다”며 놀라워했다.
프렐러 사장도 놀랍기는 마찬가지. 그는 “내게도 전에 없던 일이었다. 다르빗슈는 내가 본 그 누구보다 야구와 스포츠에 헌신하는 사람이다. 그런 다르빗슈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며 상황을 이해한 뒤 제한선수명단 해제 전까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프렐러 사장은 “우리가 나눈 대부분의 대화는 야구와 관련된 것이 아니었지만 그는 캐치볼을 하고 있다거나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는 식으로 끝을 맺곤 했다”며 다르빗슈가 가족 문제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팀 복귀를 위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울프는 “이번 일로 프렐러 사장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뀌었다. 난 항상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많은 거래를 해왔지만 이번 같은 일은 없었다. 그가 일을 처리한 방식과 도움을 필요로 한 사람을 돕기 위해 개인적으로 보여준 마음가짐에 존경심을 느낀다”고 고마워했다.
올해 샌디에이고 개막전 선발로 시작한 다르빗슈는 11경기(56⅓이닝) 4승3패 평균자책점 3.20 탈삼진 53개를 기록 중이다. 4월 중순 목 통증으로 시즌 첫 부상자 명단에 오른 뒤 6월초 왼쪽 내전근 통증으로 다시 빠졌다. 6월말 복귀를 계획했으나 팔꿈치 염증으로 지연됐고, 이후 가족 문제를 이유로 제한선수명단에 오르며 장기 이탈했다. 5월30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이 마지막 등판으로 공백이 3개월 다 됐다.
다르빗슈의 복귀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26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라이브 BP로 3이닝 동안 54개의 공을 던지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정말 좋았다. 패스트볼 구속이나 회전이 잘 나왔다. 다르빗슈 본인도 정말 좋은 느낌이라고 말했다”며 “앞으로 상황을 보고 다음에도 라이브 BP를 할지, 아니면 본격적인 재활 등판을 시작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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