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홈런볼을 관중석에 던진 이유는 단순했다. 전혀 모르고 있었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30)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9회말 3-3으로 맞선 2사 만루에서 중월 만루 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역대 6번째이자 최소 126경기 만에 40-40 대기록을 달성했다.
극적으로 완성된 기록이라 더 큰 화제가 된 가운데 오타니의 40-40 홈런볼 행방도 관심을 모았다. 중앙 펜스 오른쪽을 살짝 넘어간 타구는 한 남성의 글러브를 맞고 다시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다저스 구단이 회수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 공을 탬파베이 중견수 호세 시리가 다시 관중석으로 던지면서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다.
시리가 어떤 의도를 갖고 던진 건 아니었다. 미국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25일 다저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시리는 “40호 홈런인 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끝내기로 졌고, 그냥 가까이 있는 팬들에게 던진 것이었다”고 밝히며 “오타니는 많은 압박 속에서 주목을 받지만 항상 겸손하다.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남자”라고 존중심을 나타냈다.
시리가 던진 공은 한 남성 관중이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방송국 ‘KTLA5’에 따르면 LA 근교에 사는 트로이 부엔테오라는 남성이 행운의 주인공이다. 장인, 아들과 함께 야구장 나들이를 왔다 시리의 팬서비스 덕분에 오타니의 40-40 기념구를 잡았다.
부엔테오는 “오타니의 홈런이 터졌을 때 모두가 열광했다. (시리가 그라운드에 떨어진 공을 다시 던져) 우리가 있던 자리로 공이 다시 왔을 때 그 열기가 훨씬 더 커졌다. 약 4~5초 동안 완전 아수라장이었다. 광란과 대혼란의 연속이었다”고 상황을 떠올렸다.
주변 관중들이 몰려든 상황에서 부엔테오도 한 번에 공을 잡지 못하고 발 밑으로 떨어뜨렸다. 하지만 좌석 아래에 떨어진 공을 빠르게 찾으면서 역사적인 홈런볼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경기장에서 야구공을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었다. 항상 꿈꿔왔던 일이 이뤄져 믿기 힘들다. 오타니의 기록이다 더욱 특별하다”며 기뻐했다.
구장을 떠나기 전 기념구를 인증받기 위해 보안 요원에게 문의한 부엔테오는 그러나 이후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그 공에 관심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부엔테오는 “공에 뚜렷한 자국이나 흠집이 없다. 솔직히 평범한 공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다저스 구단이 40-40 홈런볼 받기 위해 거래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의외다. 시즌 초반 홈런볼 관련 구설수에 한 번 휩싸인 영향이 있어 보인다. 지난 4월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오타니가 이적 첫 홈런을 터뜨렸는데 이 공을 잡은 뒤 구단에 기증한 부부가 “보안 요원들의 위협적인 분위기 속에서 기증을 요구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당시 보안 요원들은 부부에게 “홈런볼을 갖고 떠나면 기념구 인증을 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는 부부에게 사인한 모자 2개, 사인볼, 사인 배트를 부부에게 전달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다저스 구단은 홈런볼 대신 베이스부터 챙겼다. 이날 오타니의 40호 도루가 나온 4회말 이닝 종료 후 2루 베이스를 뽑아 새 것으로 교체했다. 40-40 기념 베이스로 구단이 보관 중이며 향후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 박물관에 기증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한편 홈런볼을 잡은 부엔테오는 기념구 인증을 받은 뒤 공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 중이다. 구단이나 선수에게 기념구를 기증하는 대가로 사인볼, 배트, 모자 등을 선물로 받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기념비적 공일 경우에는 경매에 부쳐 고가에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