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전도 이런 졸전이 없었다. 베테랑들이 단체로 더위를 먹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19년 만에 한화 이글스에 굴욕 스윕패를 당했다.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시즌 15번째 맞대결.
3연전 내내 만원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두산 선발 조던 발라조빅과 한화 선발 류현진이 명품 투수전을 펼치며 팬서비스를 제대로 했다. 이로 인해 저득점 양상이 전개됐지만, 양 팀 타자들 모두 적은 기회를 어떻게든 득점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0의 균형을 먼저 깬 팀은 한화. 2회초 1사 1, 2루 기회에서 이도윤의 1타점 좌전 적시타로 기선을 제압하자 두산이 4회말 2사 후 김재환의 솔로홈런으로 스코어의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한화가 6회초 1사 1루에서 장진혁의 1타점 2루타가 터지며 다시 2-1 우위를 점했다.
2연패를 끊어야한다는 부담감이 컸을까. 1-2로 끌려가던 6회말부터 두산의 경기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선두타자 정수빈이 내야안타, 제러드 영이 사구로 1사 1, 2루 동점 찬스를 만든 상황. 그러나 믿었던 캡틴 양석환이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
여전히 1-2로 뒤진 7회말 찬스 무산도 아쉬웠다. 이번에는 강승호가 내야안타, 김기연이 좌전안타로 2사 1, 2루 밥상을 차렸다. 그리고 조수행 대신 몸 관리 차 선발 제외된 ‘152억 원 포수’ 양의지가 대타 출격했지만, ‘절친’ 류현진 상대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벤치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볼카운트 2B-2S에서 류현진의 몸쪽 138km 커터에 무기력하게 헛스윙했다.
그럼에도 두산은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승리를 향한 희망을 이어갔다. 이승엽 감독은 열세인 상황에서도 최지강, 이병헌, 김강률, 홍건희 등 필승조들을 연달아 투입하며 연패 탈출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악의 장면은 1-2로 뒤진 9회초 발생했다. 바뀐 투수 홍건희가 1사 후 김인환을 볼넷 출루시킨 뒤 이도윤 상대 평범한 내야뜬공을 유도, 2사 1루 상황이 예상됐지만, ‘천재 유격수’ 김재호가 이를 놓치는 황당 실책을 범했다. 3루수 허경민과 타구 처리를 서로 미루다가 공이 김재호의 왼발을 맞고 엉뚱한 곳으로 굴러갔다. 팬들로 가득 찬 1루 관중석을 침묵으로 만든 치명적 실수였다.
흔들린 홍건희는 1사 1, 2루에서 이원석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 위기에 봉착했고, 최재훈 상대 우익수 희생플라이 허용, 뼈아픈 쐐기점을 헌납했다.
두산 타선은 1-3으로 뒤진 9회말 양석환-김재환-강승호 순의 중심타선 출격했지만, 양석환이 초구에 3루수 파울플라이, 김재환이 중견수 뜬공, 강승호가 초구에 3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1-3 패배를 당했다. 주말 3연전 스윕패였다.
두산이 한화 3연전을 모두 내준 건 김경문 감독 시절이었던 2005년 6월 4일~6일 청주 3연전 이후 무려 7020일 만이었다. 또한 올 시즌 한화전 6승 9패를 기록하며 2011년 10승 9패 이후 13년 만에 한화전 열세가 확정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필 순위싸움이 가장 치열한 시기 3연패를 당하며 4위 자리 및 5할 승률마저 위태로워졌다. 어느덧 시즌 62승 2무 60패가 되며 승패마진이 +2로 좁혀졌고, 5위 KT 위즈에 2경기, 6위 SSG 랜더스와 7위 한화에 3경기 차이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졸전에 졸전을 거듭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전선에 ‘적신호’가 켜진 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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