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전 끝나고 오래된 팬 분이 서울 엠블럼이 달린 신가드 보내주시면서 응원, 너무 감사하다".
FC 서울은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1 2024' 28라운드 선두 강원 FC와 경기에서 이승모와 린가드의 릴레이 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서울은 승점 45(13승 6무 9패)를 기록하면서 한 경기 덜 치른 울산 현대와 동률이나 다득점에 앞선 3위에 위치했다. 특히 강원전 승리로 2016 시즌 이후 첫 5연승을 기록했다. 2016시즌 당시 황선홍 감독의 지휘 아래 5연승을 달린 서울은 마지막 리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여기에 홈 6연승으로 후반기 막을 수 없는 기세를 뽐냈다.
선두 강원은 4연승을 달리고 있던 상황서 일격을 맞았다. 승점 50(15승 5무 8패)에 그친 강원은 한 경기 덜 치른 2위 김천 상무(승점 46)의 경기 결과에 따라 승점 차이가 좁혀지게 됐다. 특히 이번 시즌 서울과 3경기서 1무 2패로 그치면서 중요한 순간마다 발목을 잡히게 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양 팀의 기세가 워낙 좋아 기대되는 빅매치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서울이 완승을 거뒀다. 후반기 가장 기대되는 매치서 서울이 완승을 거두면서 우승 타이틀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게 됐다. 2016년 우승 시즌 이후 첫 5연승이다.
거기다 서울은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강원 상대로 절대 우위(19승 11무 9패)를 이어가게 됐다. 이번 시즌 세 차례 맞대결에서 2승 1무에다 리그 6경기서 4승 2무(9득점 3실점)을 기록하게 됐다. 골키퍼 강현무도 이적 이후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 무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강현무에게 이번 시즌은 다사다난함의 연속이었다. 김천 상무서 복무 중이던 이번 시즌 전반기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벤치로 밀려났다. 울산 현대와 2라운드 경기서 3실점, 현 소속팀 서울과 4라운드 경기에서 4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원 소속팀 포항 스틸러스에서도 황인재가 맹활약하면서 여름 이적 시장서도 거취가 불투명했던 상황. 그래도 워낙 뛰어난 실력을 증명한 선수였기에 이태석과 트레이드를 통해 서울로 합류했다. 서울에는 때마침 포항 시절 지도했던 은사 김기동 감독과 박호진 코치, 동료였던 권완규, 이승모 등이 있어 적응도 빨랐다.
8월 1일 공식 발표가 난 강현무는 지난 11일 26라운드 포항 원정을 통해 데뷔했다. 그는 첫 경기부터 뛰어난 선방 능력과 공중볼 경합, 수비진 리딩 등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오랜만의 풀타임 경기라 다리에 쥐가 오는 상황서도 포기하지 않고 뛰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날 포항전(2-1 승)서 강현무가 포항 엠블럼이 달린 신가드를 하고 뛰었다는 것. 이적 직후라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 이전 소속팀서 쓰던 신가드를 한 것. 다음 경기인 제주 유나이티드전(1-0 승)에서는 서울 엠블럼이 달린 신가드를 착용하고 나섰다.
강원전서도 선발로 나서 무실점 승리를 이끈 강현무는 신가드에 대해 묻자 "포항전이 끝나고 많은 분들이 보내주셨다"라면서 "특히 내가 포항서 뛰던 시절부터 응원해주시던 고마운 어머니 팬이 계시다. 그 분이 포항전이 끝나고 직접 서울 엠블럼이 달린 신가드를 선물해주셨다"고 털어놨다.
강현무는 "제주전부터 하고 다니는 것은 그 어머니가 주신 신가드다. 나를 항상 응원해주시는 고마운 팬이시다, 그 분이 내가 팀을 바꿔도 나를 생각하신다는 것 자체가 뭔가 나에게 더욱 특별한 동기 부여가 된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2경기 연속 무실점에 대해 묻자 강현무는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우리 선수들 전원이 전방 압박부터 후방 저지까지 다해줘서 가능했던 일이다. 진짜 우리 동료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라고 동료들을 칭찬했다.
강현무는 직전 시즌 김천 소속으로 K리그2 우승을 차지했지만 아직 K리그1 우승 경험이 없다. 그는 "아직 서울이란 팀이 만족할만한 순위가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라면서 "선수들이 집중해서 우리의 경기를 하면 어느 팀 상대로도 이길만 하다"라고 강조했다.
강원전은 서울 입장에서도 분수령과 같았던 경기. 강현무는 "사실 이 경기를 이기면 진짜 (우승) 욕심을 내보자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비슷한 생각이라 한마음 한뜻으로 뛰어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에 오자마자 강현무는 평소 스타일대로 적극적인 수비 리딩과 콜을 통해 자신을 뽐내고 있다. 그는 "원래 그렇게 경기를 하는게 내 타입이다. 선방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선수들에게 정확한 리딩을 통해 편하게 해주는 것이 내 장점"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번 시즌 구름 관중을 동원하고 있는 서울서 뛰는 것에 대해 강현무는 "사실 많은 팬들의 응원을 들으면서 뜨는 것이 너무 즐겁다. 그냥 사실 매일 6만명, 7만명 관중 앞에서 뛰고 싶다"라면서 "앞으로도 팬들 응원에 보답하는 멋진 경기를 하겠다"고 기쁨을 토로했다.
서울은 최근 몇 시즌 동안 골키퍼 문제에 시달렸다. 강현무라는 국대급 골키퍼가 불안하던 상암벌 뒷문을 든든하게 채워주면서 서울의 후반기 대약진에 탄력이 붙었다. 그가 과연 시즌 마지막 경기서 활짝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 아래는 강현무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