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역대 최소 경기 40홈런-40도루 대기록을 달성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역사적인 공을 회수하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오타니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9회말 끝내기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대망의 40-40 대기록을 세웠다. 메이저리그 역대 6번째 기록.
이날 경기 전까지 39홈런-39도루로 40-40에 나란히 하나씩 남겨두고 있던 오타니는 4회말 유격수 내야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시즌 40호 도루. 4회말 다저스 공격 종료 후 그라운드 정비 때 구장관리팀에서 40-40 기념을 위해 미리 2루 베이스를 빼내 새 것으로 교체했다.
이어 3-3 동점으로 맞선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오타니는 그림 같은 그랜드슬램으로 40홈런을 넘어섰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에 모두가 놀랐고, 만화 같은 스토리로 40-40 대기록을 세웠다.
역대 최소 126경기(팀 129경기) 만에 달성한 40-40이라 더욱 대단했다. 종전 2006년 워싱턴 내셔널스 알폰소 소리아노의 147경기(팀 148경기)를 무려 21경기나 앞당기며 메이저리그 최초로 8월에 40-40 클럽에 가입했다.
그런데 이 대기록의 홈런볼이 사라졌다. 오타니의 홈런 타구는 중앙 담장 오른쪽으로 살짝 넘어갔다. 한 남성 관중의 글러브를 맞고 그라운드에 다시 떨어졌다. 공을 놓친 남성 관중은 머리를 감싸쥐며 무척 아쉬워했다. 충분히 그럴 만했다.
슈퍼스타 오타니의 역대 최소 경기 40-40이라는 기록 가치를 고려한다면 경매에 올렸을 때 못해도 100만 달러 이상 고가에 낙찰됐을 것이다. 2022년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아메리칸리그(AL) 62홈런 신기록 홈런볼은 150만 달러에 낙찰된 바 있다.
관중의 글러브를 맞고 다시 그라운드에 들어온 홈런볼. 기념비적인 공이 자연스럽게 다저스 구단으로 회수될 줄 알았는데 경기 후 행방이 묘연했다. 다저스 구단에 따르면 탬파베이 레이스 중견수 호세 시리가 그라운드에 떨어진 공을 다시 관중석으로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어느 관중이 이 공을 가져갔는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
시리가 왜 다시 이 공을 관중석으로 던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일종의 팬서비스로 무의식 중에 나온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오타니의 40-40을 아무리 상대팀 선수라도 몰랐다는 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끝내기 패배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진실은 시리 본인만이 알 것이다.
끝내기 만루포의 기쁨을 만끽하며 동료들로부터 격한 축하를 받은 오타니도 정신이 없었고, 홈런볼 행방을 모르고 있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홈런 상황에 대해서 “공이 펜스에 맞았는지 잡혔는지 몰랐는데 심판이 손을 들어올리는 걸 보고 타구가 밖으로 나간 걸 알았다”며 홈런볼에 대해선 “모르겠다. 지금 바로 (인터뷰하러) 왔다”고 말했다.
40-40 홈런볼의 행방은 알 수 없지만 만약 오타니가 50-50을 달성한다면 이 공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저스의 정규시즌은 아직 33경기가 더 남아있고, 오타니의 지금 페이스라면 역대 최초 50-50에도 도전할 만하다. 산술적으로 딱 50-50까지 가능한 페이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의 50-50 달성 여부에 대해 “가능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는 기록이지만 오타니에겐 한 달 넘는 시즌이 남아있다. 오타니라면 어떤 일이든 불가능하지 않다. 그는 이 게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되고 싶어 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