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헐값에 지각 FA 계약을 했던 좌완 투수 조던 몽고메리(32·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72)를 저격했다.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헤럴드’는 지난 오프시즌 때 보스턴 레드삭스가 FA 몽고메리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몽고메리는 3월말 시즌 개막을 앞두고 1년 보장 2500만 달러에 애리조나와 계약했다. 10경기 이상 선발등판시 2025년 계약이 실행되는 베스팅 옵션으로 18경기, 23경기 선발등판마다 250만 달러씩 추가된 조건으로 내년 연봉은 2250만 달러가 될 예정이다. 이를 포기하고 FA가 될 수 있는 옵트 아웃 조건도 포함했다.
매우 실망스러운 계약이었다. 지난해 32경기(188⅔이닝) 10승11패 평균자책점 3.20 탈삼진 166개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몽고메리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크게 기여했다. 포스트시즌에 6경기(5선발·31이닝) 3승1패 평균자책점 2.90으로 ‘빅게임 피처’ 면모를 보이며 FA 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슈퍼 에이전트’ 보라스를 등에 업고 시장에 나갔지만 기대했던 FA 대박은 없었다. 거포 중견수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3년 8000만 달러), 특급 3루수 맷 채프먼(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3년 5400만 달러), 사이영상 투수 블레이크 스넬(샌프란시스코·2년 6200만 달러) 등 보라스 주요 고객들이 유독 찬바람을 맞았는데 그 중 몽고메리가 가장 실망스러웠다.
결국 몽고메리는 FA 계약이 끝난 뒤 와서맨 에이전시로 옮기며 보라스와 관계를 정리했다. 단순히 계약 결과만 놓고 결정한 건 아니었다. 아내가 보스턴에서 피부과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어 내심 보스턴행을 바란 몽고메리였지만 협상 과정에서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몽고메리는 “보스턴과 화상 회의를 한 것으로 아는데 그게 내가 아는 전부다.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보라스가 일을 망쳤다는 것이다. 지난 오프시즌은 그냥 잊으려고 노력 중이다”며 “만약 보스턴에서 오퍼가 왔다면 고려했을 것이다. 나와 아내 모두 이곳을 정말 좋아한다. 보스턴과 협상이 잘 풀렸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몽고메리의 발언에 보라스도 반응을 내놓았다. 보라스는 “선수 출신으로서 나도 그의 좌절감이 어떤지 잘 안다. 하지만 난 모든 고객들에 대한 의무가 있는 변호사다. 몽고메리가 허락하지 않는 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가 내린 결정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보라스는 “몽고메리가 허락한다면 기꺼이 말할 수 있다. 난 이 일을 35년 넘게 해왔다. 모든 오퍼와 관련 정보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그들의 결정에 따라 행동한다. 모든 결정은 고객이 내린다”며 FA 계약에 대한 책임은 몽고메리에게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유야 어찌됐든 계약이 늦어지고 준비가 부족했던 탓인지 몽고메리는 시즌을 망쳤다. 올해 19경기(95이닝) 8승6패 평균자책점 6.44에 탈삼진 67개로 부진하다. 최근 5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7.40으로 부진을 거듭했다.
지난 22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5⅔이닝 10피안타(2피홈런) 1볼넷 4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진 뒤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애리조나는 지난 12일 메릴 켈리가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뒤 잭 갤런, 브랜든 팟,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라인 넬슨 그리고 몽고메리가 포함된 6인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했지만 결국 몽고메리가 빠졌다.
토레이 로불로 애리조나 감독은 “몽고메리와 계약할 때 그의 명성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고, 좋은 순간도 있었지만 시즌이 이제 34~35경기 남은 시점에서 팀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몽고메리가 이 결정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불펜에서 팀 승리에 도움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