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을까 생각도 했지만...".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가 일본고교야구 꿈의 무대인 고시엔대회를 제패하면서 한국어교가가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23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대회)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교를 연장 승부치기끝에 2-1로 꺾었다. 야구부 창설 25년만에 첫 우승의 쾌거를 이루었다. 교토지역 고교가 우승한 것은 68년만이다.
재일교포들이 1947년 민족교육을 위해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2004년 일본 교육부의 정식고교 인가를 받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전교생이 160여명에 불과하다. 야구부원은 61명이다. 한국계도 몇몇 있지만 대부분 일본국적이다. 1999년 야구부를 창설 당시 야구경험자는 단 1명이었다. 외국인학교 최초로 일본야구연맹에 가입했다. 2021년 봄 고시엔 대회에 처음으로 진출해 4강에 올랐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한국계 외국인 학교인지라 한국어 교가를 사용한다. 1절은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일본)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의 옛 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이다. 고시엔 대회규정에는 승리하는 고교 선수들이 도열해 교가를 제창한다. 공영방송 NHK가 교가를 화면에 표출시켜 일본전역에 생방송한다. 대신 한글 교가에 일본어를 병기했다.
NHK 방송 화면에는 '동해'를 '동쪽의 바다', '한국의 학원'을 '한일의 학원'이라는 의미의 일본어를 병기해 논란이 빚어졌다. 뜻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사측은 이례적으로 '학교측이 제공한 번역'이라는 자막을 달았다. 이말이 사실이라면 일본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처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동해바다' 한국어교가가 우승할 때까지 울려퍼지자 혐한 단체 등 일부에서 비판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교토신문'은 교토부에서 민족차별 악플 4건을 삭제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계 민족학교가 전신이고 한국어 교가라는 점에서 2021년 4강에 진출했을 때는 차별적인 게시물과 욕설이 난무했다'면서 '이번에도 비슷한 사태를 우려해 댓글을 주시해왔다'는 것이다. 니시와카 다카토시 지사는 "차별적이거나 비방하는 악플은 있어서도 안되고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이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닛칸스포츠'와 '데일리스포츠'는 한국어교가에 대한 주장 후지모토 하루키의 발언을 보도했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있다. 나도 괜찮을까? 솔직히 생각할 때도 있다. 비판받는 것에 대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야구를 위해 이 고등학교에 들어왔다. 우리를 얘기할 때도 있어서 힘들 때도 있다. 지금까지 키워준 감독님이나 응원해준 분들을 위해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당당히 밝혔다. 야구와 승리하는 것이 우선이고, 한국어교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8살 캡틴의 당당한 소신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