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5강 싸움에 뛰어든 한화 이글스가 급할수록 돌아가고 있다. ‘FA 모범생’으로 활약한 중심타자 안치홍(34)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불펜 필승조 투수 한승혁(31)을 한 타자 만에 교체하는 등 선수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는 지난 21일 청주 NC전을 앞두고 내야수 안치홍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올해 한화 팀 내 최다 109경기를 뛰며 타율 3할(406타수 122안타) 12홈런 58타점 59득점 44볼넷 62삼진 출루율 .374 장타율 .429 OPS .803을 기록 중인 안치홍은 후반기 27경기 타율 3할5푼7리(98타수 35안타) 4홈런 19타점 OPS .933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한화의 반등을 이끌었다.
그러나 다리 쪽에 불편함을 안고 있어 18일 문학 SSG전, 20일 청주 NC전을 결장했다. 후반기부터 2루수로 수비 출장이 늘어나 피로가 누적된 영향이 없지 않다. 큰 부상은 아니고, 안치홍은 계속 대타로 출장 의지를 보였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무리시키지 않았다. 안치홍의 의지를 꺾고 부상자 명단에 등재하기로 하면서 잠시 쉬어갈 시간을 줬다.
김경문 감독은 “치홍이가 그동안 1루 수비와 지명타자만 하다 최근 2루수로 경기에 계속 나갔다. 어려운 타구도 많이 가고, 본인도 얼마나 많이 신경 썼겠나”라며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오히려 빨리 쉬게 해주는 게 완전히 낫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본인은 계속 대타로 나갈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아니다. 고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려고 하는 치홍이의 마음은 정말 고맙다. 지금 팀 상황에서 (엔트리 제외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지만 나중을 생각해야 한다. 치홍이에게도 ‘네가 없는 동안 잘 버티고 있을 테니까 완전히 낫고 난 다음에 해주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 말대로 5강 싸움의 한복판에 선 한화 팀 상황상 안치홍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18일부터 부상자 명단이 소급 적용돼 빠르면 오는 28일 사직 롯데전부터 1군 엔트리 재등록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지만 최소 6경기(22일 청주 NC전 우천 취소 전)를 안치홍 없이 치르는 건 쉽지 않았다.
대타로라도 승부처에서 활용하며 1군에서 끌고 갈 수 있었지만 김 감독은 길게 봤다. 남은 시즌 5강 싸움을 위한 결정이기도 하지만 내년에 풀타임 주전 2루수로 안치홍을 쓰기 위해선 미리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새 30대 중반이 된 안치홍의 나이를 감안하면 보호 및 관리가 필수다.
안치홍만 관리하는 게 아니다. 지난 20일 NC전에선 2-2 동점으로 맞선 9회초 불펜 필승조 한승혁이 등판했지만 첫 타자 권희동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강판됐다. 못 믿어서가 아니었다. 직구 구속이 140km대 초반으로 떨어진 것을 보곤 혹시나 부상이 아닐까 싶어 보호 차원에서 교체한 것이었다.
김 감독은 “아프면서 던지는 줄 알았다. 149~150km 던지는 투수인데 공 스피드가 140km대 초반으로 나왔다. 지난번에 한 번 아파서 빠진 것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있어 몸이 안 좋은데 던지는 것 아닌가 싶었다. 아플 때 빨리 빼줘야 조금만 쉰다. 아픈데 계속 던지면 (부상 공백이)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른다”며 “다행히 교체한 뒤 확인해보니 (비로 인해) 마운드가 미끄러워서 (왼발이) 착지가 어려웠다고 하더라. 별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승혁은 지난 13일 대전 LG전에서 2-0으로 앞선 8회초 등판을 준비했지만 불펜에서 몸을 풀다 어깨 저림 증세를 느껴 등판이 불발됐다. 갑작스런 변수 속에 한화는 추격조 김규연, 이상규를 투입했지만 8회초 2점을 주며 동점이 됐고, 결국 2-3 역전패를 당했다. 한승혁은 다음날 LG전에서 8회초 나와 1이닝 무실점 홀드를 거둔 뒤 “팀이 필요한 상황에 등판하지 못해 미안했다. 경기 결과가 그렇게 되는 바람에 더 미안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한승혁은 올해 54경기에서 49⅔이닝을 던지며 5승4패13홀드 평균자책점 4.35 탈삼진 54개를 기록 중이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홀드를 따내며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특히 김경문 감독 부임 후 한화에서 가장 많은 32경기(29⅓이닝)에 나서 5승9홀드 평균자책점 2.76 탈삼진 37개로 더 좋아졌다. 한화가 시즌 끝까지 5강 싸움을 펼치기 위해선 꼭 필요한 핵심 전력이다.
한화는 21일 NC전 2-8 패배로 4연승이 끝났지만 22일 NC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한숨 돌렸다. 안치홍 없이 치르는 경기가 하나 줄었고, 한승혁도 이틀 휴식을 갖고 주말 잠실 두산전을 준비한다. 공동 5위 KT와 SSG에 2경기차 뒤진 7위 한화의 관리 야구가 남은 29경기에서 역전 5강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