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투수 카일 하트(32)의 시계는 지난달 31일로 멈춰있다. 당시 고척 키움전에서 7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10승째를 거두며 기세를 올린 하트는 그러나 8월 들어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감기 몸살로 컨디션이 떨어져 당초 예정된 지난 6일 사직 롯데전 선발등판이 불발됐다. 이어 8일 1군 엔트리 말소 후 몸을 추슬러 18일 창원 삼성전에 맞춰 1군 복귀를 준비했다. 그러나 수액을 맞을 정도로 감기 몸살의 후유증이 오래 갔고, 계획보다 일정이 미뤄졌다.
기운을 차린 하트는 지난 20일 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퓨처스리그 롯데전을 통해 실전 복귀를 거쳐 이번 주말 복귀 계획을 다시 잡았다. 그런데 이날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또 일정이 변경됐다. 강인권 NC 감독은 퓨처스리그에서 한 번의 실전 등판이 필요할 것으로 봤지만 하트는 이날 경기가 취소되자 불펜 피칭으로 22구를 던진 뒤 22일 청주 한화전에 선발등판 의지를 드러냈다.
“퓨처스든 1군이든 똑같을 것 같다. 빨리 1군에 가서 적응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70구까지 가능하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선수 의견을 받아들인 강인권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이란 걸 하트도 생각한 것 같다. 공백 기간 길어서 걱정되긴 하지만 팔이나 신체에 부상이 아니라서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NC는 21일 한화전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구단 역대 최다 11연패를 당하며 시즌 첫 10위까지 떨어졌었다.
다행히 NC는 21일 경기에서 11연패를 끊고 하루 만에 탈꼴찌에 성공했다. 하트도 긴 연패에 대한 부담을 덜고 복귀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다만 22일 청주 한화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복귀전 장소와 상대가 모두 바뀌었다. 23일 홈구장 창원NC파크에서 1위 KIA를 상대로 복귀한다.
하트는 올해 KIA전 3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6.19로 가장 약했다. 4월20일 광주 경기에서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6실점(4자책)으로 KBO리그 데뷔 첫 패를 안았고, 5월9일 창원 경기에서도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5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을 당했다. 올 시즌 개인 최다 자책점 경기.
하지만 지난달 25일 광주 경기에선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첫 승을 거두며 천적 관계를 극복했다. KIA가 최근 6연승 포함 10경기에서 8승2패로 상승세이고, 투구수도 70구로 제한되는 복귀전이라 어려운 승부가 되겠지만 하트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NC는 든든하다.
하트 개인적으로 남은 시즌 30경기에서 일정상 6번 정도 추가 등판이 예상된다. 컨디션을 빠르게 찾는다면 투수 트리플 크라운에도 계속 도전할 만하다. 올 시즌 21경기(131이닝) 10승2패 평균자책점 2.34 탈삼진 143개를 기록 중인 하트는 7월까지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로 트리플 크라운 페이스였다.
3주의 공백이 있었지만 여전히 트리플 크라운이 가시권에 있다. 비율 기록인 평균자책점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누적 기록인 다승, 탈삼진은 1위에서 밀려났다. 다승은 1위 원태인(삼성·12승)에 2승 뒤진 공동 5위이고, 탈삼진은 1위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키움·151개)에 8개 차이로 뒤진 3위로 내려갔다.
하지만 남은 시즌 아예 못 따라잡을 격차는 아니다. 만약 하트가 뒷심을 발휘해 트리플 크라운을 해낸다면 극심한 타고투저 시즌이란 점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다. 역대 최연소, 최소경기 30홈런-30도루로 MVP 레이스의 선두 주자가 된 김도영(KIA)의 대항마가 될 수도 있다. 하트의 복귀전 상대가 KIA라는 점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올해 두 선수는 9차례 대결을 벌였는데 타율 6할2푼5리(8타수 5안타) 1홈런으로 김도영이 절대 강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