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지난 20일 청주 NC전을 앞두고 다음날 선발투수에 대한 질문을 받곤 말을 아꼈다. 5선발 김기중이 지난 15일 대전 LG전에서 4이닝 9피안타(2피홈런) 2볼넷 1사구 10실점으로 무너진 뒤 2군에 내려가면서 로테이션 한 자리가 비어있는 상태였다.
올해 선발로 11경기 경험이 있는 신인 황준서가 대체 선발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었지만 김경문 감독은 “후보 중 하나”라고 여지를 남기면서도 “(선발이 누구인지)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지금 상황이 그렇다.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서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20일 NC전에서 한화는 3-2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4연승을 달렸다. 선발 문동주가 6이닝 5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9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 호투한 뒤 박사원(1이닝), 김서현(1이닝), 한승혁(0이닝), 주현상(1이닝)으로 이어진 불펜 필승조가 풀가동된 끝에 9회말 요다나 페라자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며 웃었다.
짜릿한 승리를 거둔 뒤 한화가 예고한 21일 NC전 선발투수는 우완 김도빈(23)이었다. 야구팬들에겐 생소한 이름으로 웬만한 한화팬들도 잘 알지 못하는 선수란 점에서 그야말로 깜짝 카드라 할 만하다.
성지고-강릉영동대 출신 김도빈은 190cm, 95kg 큰 체격 갖춘 우완 정통파 투수.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뒤 지난해 독립야구단 수원 파인 이그스에서 1년을 보냈다. 이때 한화 구단 눈에 띄어 올해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17경기(49⅔이닝) 3승1패2홀드 평균자책점 3.99 탈삼진 67개를 기록했다. 구원으로 시작해 5월말부터 선발 수업을 받았다. 선발로 9경기를 던지면서 2승을 거뒀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6일 강화에서 열린 SSG전에서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5볼넷 4탈삼진 2실점 승리.
20일 청주 NC전을 앞두고 김도빈은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외야수 이진영, 권광민, 유로결, 내야수 한경빈과 함께 엔트리 등록 없이 1군 선수들과 훈련을 같이 했다. 김경문 감독은 “곧 있으면 9월인데 적응 차원에서 몇 명 미리 올렸다. 내가 못 봤던 친구들도 있다”며 확대 엔트리를 염두에 두고 부른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빈은 지난달 19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도 포수 허인서, 외야수 이진영, 정안석과 함께 1군에 와서 하루 동안 훈련한 바 있다. 그리고 두 번째 1군 훈련이었던 20일 경기를 마친 뒤 다음날 선발투수로 예고됐다. 아직 육성선수 신분인데 21일 경기 전 정식선수 전환과 함께 1군 엔트리에 등록될 예정이다.
김도빈의 강점은 190cm 장신에서 내리꽂는 빠른 공이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최고 시속 149km까지 측정됐다. 평균 140km대 중반을 뿌렸지만 여름 들어 지쳤는지 조금은 떨어진 추세. 여기에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갖고 있다. 지난 6월26일 서산에서 치러진 두산과의 경기 후 KBO 퓨처스리그 방송 인터뷰에서 김도빈은 체인지업에 대해 “올해 한화에 들어와서 박정진 퓨처스 투수코치님이 잘 던질 수 있도록 해주셨다. 많이 던지다 보니 내 것으로 만든 것 같다”고 답했다.
직구와 체인지업 중심으로 49⅔이닝 동안 삼진 67개를 잡아냈다. 9이닝당 12.1개에 달할 정도로 구위가 좋지만 볼넷도 43개를 내줬다. 9이닝당 볼넷 7.8개로 제구를 잡는 데 아직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화는 최근 4연승 포함 21경기에서 15승6패(승률 .714)로 쾌속 질주하며 5위 SSG와 격차를 1.5경기로 좁혔다. 본격적인 5강 싸움이 시작된 상황에서 김도빈이 깜짝 선발로 나선다.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청주구장에서 팀의 연승 무드를 이어가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한화 타선과 불펜의 기세가 좋은 만큼 짧은 이닝만 막아도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날 청주 지역에 오후부터 비 예보가 있어 김도빈의 데뷔전이 다음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변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