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이닝 무실점. 6이닝 1실점. 7이닝 1실점 비자책. 그런데 3경기 모두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오히려 패배가 쌓이면서 한때 패배와는 거리가 멀었던 무패 승률왕이 리그 최다패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프로야구 KT 위즈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34)는 지난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11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1실점(비자책)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호투에도 승리에 실패했다.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 선발투수 역할을 완벽히 해낸 하루였다. 1회초 삼자범퇴를 시작으로 3회초 1사 후 김재현의 사구까지 7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펼쳤고, 4회초 2루수 실책과 보크로 처한 1사 2루에서 최주환 상대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첫 피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5회초 1사 1루, 6회초 1사 2루 무실점에 이어 7회초를 13구 삼자범퇴로 막고 시즌 16번째 퀄리티스타트이자 7번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에 성공했다.
쿠에바스는 2-1로 앞선 8회초 김민과 교체되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104개. 지난달 17일 고척 키움전 이후 약 한 달 만에 승리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6개였다.
그러나 쿠에바스의 승리의 꿈은 불과 한 이닝 만에 물거품이 됐다. 믿었던 김민이 김혜성의 중전안타와 2루 도루로 처한 2사 2루에서 최주환(2루타), 변상권에게 연달아 적시타를 맞으며 2-3 역전을 헌납한 것이다. 이강철 감독은 2-3으로 뒤진 9회초 마무리 박영현을 투입, 상대 추가점을 억제했지만, 9회말 1사 1, 2루 찬스에서 김민혁이 병살타를 치며 경기가 허무하게 종료됐다.
쿠에바스는 지난해 대체 외국인선수로 합류해 18경기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으로 호투하며 1992년 오봉옥(13승), 2002년 김현욱(10승)에 이어 KBO리그 역대 3번째 무패 승률왕을 차지했다. 외국인선수 최초였다. 쿠에바스는 이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총액 150만 달러(약 20억 원)에 재계약, 2024시즌에도 에이스의 중책을 맡게 됐다.
패배와 거리가 멀었던 쿠에바스는 올 시즌 25경기에서 5승밖에 챙기지 못하는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등판 때마다 에이스의 위용을 뽐내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쿠에바스만 나서면 타선이 침묵하거나 불펜이 흔들린다. 쿠에바스는 퀄리티스타트 공동 2위(16회), 이닝 공동 3위(144⅓이닝), 피안타율 5위(.229), WHIP 7위(1.21)에도 최다패 1위(10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8월의 경우 승리의 여신이 아예 쿠에바스를 외면한 모습이다. 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7이닝 무실점,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6이닝 1실점, 20일 수원 키움전 7이닝 1실점 비자책에도 모두 노 디시전에 그치는 불운을 겪었다. 쿠에바스의 최근 승리는 7월 17일 고척 키움전으로, 이후 6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1선발의 무승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건 팀에게도 그리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다. 선발투수가 호투의 성과를 승리로 인정받으며 흥이 나야하는데 불운과 부진에 시달리고 있으니 선발야구의 안정화가 요원하기만 하다.
6위 KT는 올해 9승 1패로 강했던 키움에 2-3 충격 역전패를 당하며 시즌 55승 2무 60패를 기록했다. 5위 SSG 랜더스 또한 잠실에서 LG 트윈스에 패하며 1경기 승차가 유지됐지만, 반대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7위 한화 이글스에 0.5경기 차이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이제 6위가 위태롭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