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유망주에게도 밀리는 모양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27)가 아치 그레이(18, 이상 토트넘 홋스퍼)에게 선발 자리를 내줄 전망이다.
토트넘은 오는 20일(한국시간) 오전 4시 영국 레스터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승격팀 레스터 시티와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맞대결을 벌인다.
토트넘은 주전 미드필더 이브 비수마 없이 이번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는 개막을 앞두고 웃음 가스 흡입으로 구단 자체 징계를 받았기 때문. 토트넘은 비수마에게 1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비수마는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사고를 쳤다. 최근 '히피 크랙'이라고도 불리는 웃음 가스를 마시는 영상을 찍은 것도 모자라 이를 직접 소셜 미디어로 공유한 것. 웃음 가스는 항정신성 약물 아산화질소를 담은 풍선으로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남용과 부작용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자 영국 정부는 지난해 아산화질소 소지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규제에 나섰다.
비수마의 웃음 가스 흡입이 큰 문제인 이유다. 그냥 구단 내에서 징계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 엄연한 불법 행위이기 때문. 더 선은 "비수마는 당황스럽게도 친구들과 범죄를 저지른 영상을 공유했다. 웃음 가스 소지는 지난해부터 재범 시 2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됐다. 아산화질소 사용은 뇌 장애, 우울증, 기억 상실, 실금, 환각 및 신경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논란을 자초한 비수마는 "영상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극심한 판단력 부족이었다. 얼마나 심각한지와 건강에 대한 위험을 알고 있다. 또한 축구선수로서 그리고 롤모델로서 내 책임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라고 고개 숙였다.
토트넘은 비수마의 개막전 출전을 금지하면서 빠르게 내부 징계를 결정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공개적으로 비수마를 질책했다. 그는 "비수마는 정말 나쁜 결정을 내렸다. 그를 이해하고 그를 돕고, 구단으로서 그가 앞으로는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라. 제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비수마는 축구선수다. 그는 팀 동료, 서포터, 클럽과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책임이 있지만, 그를 다하지 못했다. 이에 따른 제재가 있어야 한다"라며 "비수마는 월요일에 뛸 수 없다. 그 외에도 그와 나, 그와 선수단 사이에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비수마는 지금부터 신뢰를 되찾으려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출장 정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비수마의 부재로 새로운 중원 조합을 꾸려야 하는 토트넘. 파페 사르의 짝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는 마르세유로 임대를 떠났고, 올리버 스킵은 레스터 시티 이적을 앞두고 있다. 남은 건 벤탄쿠르와 신입생 그레이뿐.
영국 매체들은 그레이의 선발 출전을 점치고 있다. '이브닝 스탠다드'는 "비수마는 지난 주말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그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구단 결정을 밝혔다"라며 "여름에 영입된 그레이는 6번 미드필더 자리에서 경쟁력 있는 토트넘 데뷔전을 치를 수 있다. 더 경험이 풍부한 벤탄쿠르도 사르 옆에서 뛸 수 있는 옵션"이라고 분석했다. 매체의 최종 예상은 사르-그레이 듀오 선발이었다.
'90MIN' 역시 사르의 짝으로 그레이를 골랐다. 매체는 "그레이는 지난 시즌 리즈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레스터를 두 번 상대해 모두 이겼다. 그는 레스터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 아마도 데뷔를 앞두고 약간 자신감이 올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레이는 2006년생 기대주로 올여름 리즈를 떠나 토트넘에 합류했다. 그는 중앙 미드필더지만, 오른쪽 수비수도 소화할 수 있다. 토트넘은 이적료 3500만 파운드(약 614억 원)를 투자해 그레이와 6년 계약을 맺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곧바로 1군에서 뛸 예정이다.
벤탄쿠르로서는 다소 자존심 상할 수 있는 일이다. 아무리 그레이가 잉글랜드에서 주목받는 재능이라지만, 프리미어리그 경험도 없는 10대 선수이기 때문. 반면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국가대표 미드필더로도 뛰고 있는 베테랑 미드필더다.
벤탄쿠르는 지난 시즌 대부분을 부상으로 날렸기에 이번 시즌 더욱 절실하다. 그는 2022년 2월 임대로 토트넘에 합류한 뒤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그러나 2023-2024시즌엔 십자인대 파열로 9개월 만에 복귀하자마자 발목 인대를 또 다치고 말았다.
시즌 마무리도 좋지 못했다. 벤탄쿠르는 20라운드 본머스전을 통해 깜짝 복귀했다. 예상보다 한 달 이상 빨랐다. 그러나 벤탄쿠르는 부상 여파인지 이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3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에선 부진 끝에 후반 10분 교체됐다. 당시 그는 벤치를 걷어차고 축구화를 내던지며 화를 참지 못했다.
사실 벤탄쿠르는 징계를 피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그는 지난 6월 손흥민과 동양인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을 내뱉었기 때문.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에 출연해 "손흥민 사촌은 어떤가. 어쨌든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악의 없는 농담이라도 분명한 인종차별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벤탄쿠르에게 아무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가장 중요한 사람은 손흥민이다. 그가 우리를 안내하고 이끌 것이다. 문제를 처리하고 있고, 추후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라며 "우리는 손흥민의 지시를 따를 것"이라고만 말하고 넘어갔다.
비수마에게 곧바로 징계를 준 것과는 대조된다. '디 애슬레틱'도 "벤탄쿠르에 대한 대응과 비수마에 대한 대응을 보면 토트넘의 도덕적 입장은 다르다"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말한) 접근 방식의 문제점은 해결책을 찾는 부담을 손흥민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피해자다. 적절한 처벌을 결정하리라 기대해선 안 된다"라고 일침했다.
또한 매체는 "비수마가 라커룸에서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면 벤탄쿠르도 관계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라며 "비수마는 출장 정지시키고 벤탄쿠르는 처벌하지 않는다면 토트넘은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라고 직격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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