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구를 던졌는데도 한 이닝을 더 던지겠다고 자청했다. KBO리그 두 번째 등판에서 108구를 던지는 투혼을 보이며 첫 승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새 외국인 투수 에릭 라우어가 KBO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라우어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108구) 4피안타 4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라우어는 이날 직구 최고 구속 151km를 기록했다. 직구(56개) 커터(34개) 커브(15개) 체인지업(2개) 슬라이더(1개)를 던졌다. 첫 등판에서는 커터를 가장 많이 던졌는데, 이날은 직구 비중이 가장 높았고, 커브도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라우어는 3회 송찬의에게 좌전 안타, 홍창기를 볼넷으로 출루시켜 무사 1,2루가 됐다. LG의 위장 번트에 이은 이중 도루를 허용해 무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신민재의 유격수 땅볼로 1점을 허용했다. 이후 1사 2루에서 오스틴을 삼진, 문보경을 외야 뜬공으로 추가 실점은 없었다.
4회도 위기가 있었으나 실점없이 막아냈다. 오지환에게 안타를 허용했고, 김현수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1사 1,2루에서 박해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송찬의를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가 됐다. 홍창기를 삼진으로 잡아 실점 위기를 넘겼다. 4회까지 97구를 던진 라우어는 2-1로 역전한 5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경기 후 라우어는 첫 승 소감으로 “정말 행복하다”며 “아직까지도 믿겨지지가 않는다. 5회까지 끝까지 믿어주신 코칭스태프께 너무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4회까지 97구를 던지고도 2-1로 역전하자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라우어는 “내 의지였고, 끝까지 한 이닝만 더 믿어달라고 했다. 5회까지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5회까지 108구를 던지며 승리 투수가 됐다. 라우어는 “조금 피로하기는 했지만 80구를 던지든 120구를 던지든 그 느낌은 거의 다 비슷하다. 끝까지 잘 마친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은 "라우어가 많은 투구수에도 불구하고 5이닝을 책임져주면서 팀 승리의 디딤돌을 잘 놔줬다. 투구수는 많았지만 구위가 느껴지는 투구였다. KBO리그 첫 승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직구와 커터 위주의 피칭에 대해 라우어는 “오늘 경기 초반에 투구 수가 많아져서 최대한 존을 공격적으로 던지려고 했기 때문에 직구랑 커터 위주로 많이 던진 것 같다. 다른 구종들도 최대한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공략하려고 중점을 두고 노력했다. 김태군 포수의 사인에 따라서 최대한 믿으면서 피칭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라우어는 지난 11일 삼성전에서 3⅓이닝(75구) 7피안타(2피홈런) 2사사구 3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했는데, 2번째 등판에서 승리 감격을 누렸다. 첫 승을 기록한 라우어는 “지금부터 모든 경기를 다 승리하고 싶다. 이미 한 경기 패했으니까 그거 빼고 다 승리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데뷔전이었던 삼성전과 비교해서 변화가 있었을까. 라우어는 “지난 경기와 비교해서 최대한 직구를 많이 던지려고 했다. 중간중간에 커브도 좀 섞으면서 타이밍을 뺏으려고 노력을 했다. 최대한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공략하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36승 투수라는 화려한 경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라우어는 “좀 다른 느낌의 압박감이 있긴 했지만 수비적인 부분이나 타자들을 처음 상대하는 것, 이런 것들이 처음이다 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포수를 더 믿으면서 경기를 풀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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