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론이지만, 재역전극을 만들 수 있는 기회, 결정들을 돌이킬 수 없겠지만 초강수의 선택은 무리였을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4-0으로 앞서나가다 4-8로 역전을 당한 뒤 추격했지만 7-8로 패배를 당했다.
롯데 입장에서는 1회 황성빈의 견제사 등으로 2아웃을 당했지만 2사 후 손호영 레이예스의 연속 안타와 상대 실책, 나승엽의 적시 2루타로 2-0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3회에도 손호영의 솔로포, 윤동희의 적시타 등으로 2점을 더 뽑아내 4-0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선발 애런 윌커슨이 4회부터 실점을 허용했다. 김혜성 송성문 최주환에게 연속 3안타를 맞으며 실점했다. 그러나 이후 변상권, 원성준, 대타 김태진까지 3연속 삼진으로 쏙아내 한 차례 위기를 넘겼다.
그런데 5회, 8번 김건희부터 시작된 하위 타순을 상대로 안일하게 승부를 펼쳤다. 김건희 박수종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물론 박수종 타석 때는 체크스윙 오심이 끼어있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상황. 결국 김혜성 송성문 최주환에게 다시 연속 3안타를 얻어 맞으면서 4-5로 역전 당했다. 윌커슨을 빠르게 내리고 진해수를 투입했지만 원성준에게도 적시타를 내주며 4-6까지 끌려갔다. 6회에도 김혜성에게 좌전 적시타, 7회에는 변상권에게 솔로포를 내주며 4-8까지 끌려갔다.
물론 롯데 타선은 포기하지 않았다. 롯데는 8회 전준우의 볼넷과 윤동희의 좌전안타와 상대 실책으로 1점을 만회했다. 이후 황성빈의 2루수 내야안타로 6-8까지 따라 붙었다. 이후 키움 김성민의 보크로 이어진 1사 2,3루에서 고승민의 2루수 땅볼로 7-8까지 따라 붙었다. 이어진 2사 3루에서 손호영이 3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동점에는 실패했다.
9회에도 롯데는 끝까지 추격을 개시했다. 선두타자 레이예스의 좌전안타가 나왔다. 노진혁이 희생번트를 성공시켰고 전준우가 유격수 깊은 코스의 땅볼을 때리면서 진루타를 만들었다. 대주자 장두성이 3루를 밟았다.
키움은 고의4구 작전을 펼쳤다. 윤동희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냈고 박승욱과 승부하려고 했다. 이때 윤동희는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키움은 박승욱과 승부를 이어가는 듯 했지만 박승욱도 고의4구로 보냈다.
타석에는 포수 정보근이 들어섰다. 정보근은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2할1푼2리에 불과했다. 득점권 타율은 1할9푼(21타수 4안타)으로 더 떨어졌다. 키움 마운드에 있던 주승우와는 상대한 적이 있었고 1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지난 4월 14일 맞대결에서 정보근이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표본은 한 타석에 불과했다. 롯데 벤치는 정보근보다 확률 높은 선택을 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정보근 타석에 대타를 쓰게 될 경우, 연장으로 경기가 흐른다면 대체할 포수가 없었다. 이날 손성빈이 선발 출장했고 6회 타석 때 정훈을 대타로 내세우면서 포수 한 명을 소진했다.
포수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보근을 함부로 빼는 게 힘들었다. 그러나 이미 2사 만루 베이스가 꽉 차있었고 끝내기 재역전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벤치에는 최항과 이호준이라는 야수 자원이 있었다. 특히 최항이라는 준수한 대타 자원이 있었기에 정보근 대신 투입하는 것을 고려해볼 법 했다. 최항은 올해 대타 타율 2할8푼6리(14타수 4안타)로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최항을 투입하는 대신 정보근을 그대로 내세웠다. 정보근에게 조언을 하면서 믿고 맡겼다. 결과는 확률대로 나왔다. 정보근은 주승우를 상대로 초구 151km 투심을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냈고 2구 슬라이더에 헛스윙 했다. 3구째 슬라이더는 지켜보며 1볼 2스트라이크를 만들었지만 4구째 슬라이더를 건드려 힘 없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경기는 그대로 종료. 롯데는 끝내기 상황에서 결국 뒤집지 못했다.
2만 2758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찬 사직구장. 정보근의 타석 때 술렁이기도 했다. 그만큼 극적인 상황. 하지만 롯데 벤치는 초강수 방안을 선택하지 않았다.
연장으로 돌입 했을 때 포수의 중요성도 벤치는 간과할 수 없었지만 끝내기 기회를 결국 놓쳤다. 결과론이지만 2만2758명 홈 팬들의 탄식이 울려퍼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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