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마무리투수 오승환(42)을 결국 2군으로 내렸다.
삼성은 16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오승환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오승환의 시즌 첫 1군 엔트리 제외. 오승환과 함께 허리 통증이 있는 외국인 투수 데니 레예스가 함께 말소된 가운데 언더핸드 김대우, 우완 이호성이 이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오승환의 말소는 전날(15일) 대구 KT전 부진이 결정타였다. 2-2 동점으로 맞선 9회초 무사 1루에 올라온 오승환은 첫 타자 오재일에게 초구 포크볼을 공략당해 우월 투런 홈런을 맞았다. 이어 황재균과 8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직구를 직구를 공략당하면서 좌중월 솔로포로 이어졌다.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백투백 홈런으로 무너졌다. 다음 타자 박민석을 루킹 삼진, 배정대를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투아웃을 잡았지만 투구수 22개에서 김태훈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강판됐다. 삼성은 3-5로 졌고, 오승환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4.17에서 4.50으로 올랐다.
오승환은 지난해 두 번이나 1군 엔트리 말소된 바 있다. 시즌 초반 부진을 거듭하면서 잃어버린 투구 감각을 찾기 위해 5월3일 대구 키움전에서 데뷔 첫 선발로 5이닝 73구를 던진 뒤 관리 차원에서 한 번 빠졌다.
이어 6월16일 수원 KT전에선 과격한 행동 때문에 문책성 2군행 조치가 있었다. 당시 6-4로 앞선 8회말 나왔지만 번트 안타와 2루타를 맞고 1실점하며 1점차로 쫓기자 투수 교체가 이뤄졌다. 이에 화가 잔뜩 난 오승환은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관중석에 공을 던졌다. 이어 덕아웃 안에서 글러브를 패대기치며 분노를 표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결국 이튿날 박진만 삼성 감독과 면담을 가졌고, 18일 2군으로 내려갔다.
이후 열흘 재등록 기한을 채워 1군에 돌아온 뒤 한 번도 엔트리 말소 없이 올해까지 왔다. 지난해에는 특수한 상황이 두 번이나 있었지만 올해는 순수 부진으로 인한 2군행이란 점에서 세월 무상을 느끼게 한다. 오히려 2군행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진이 시작된 시기가 한 달을 훌쩍 지났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올 시즌 48경기에서 46이닝을 던지며 2승7패27세이브 평균자책점 4.50 탈삼진 31개를 기록 중이다. 세이브 부문 전체 1위이지만 블론세이브도 6개로 가장 많다. WHIP(1.57), 피안타율(.303) 모두 커리어 최악의 수치로 9이닝당 탈삼진도 6.1개로 가장 적다.
1982년생으로 42살, 리그 최고령 투수로 너무나 자연스러운 에이징 커브가 왔다. PTS 기준 직구 평균 시속은 2022년 143.5km, 지난해 143.4km에서 올해 142.6km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직구 구사 비율을 줄이고 포크볼을 늘렸지만 기본적인 직구가 받쳐주지 않으니 쉽지가 않다.
6월까지는 35경기(36⅓이닝) 1승4패24세이브 평균자책점 2.48 탈삼진 26개로 막았지만 7월 이후 13경기(9⅔이닝) 1승3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12.10으로 성적이 급락했다. WHIP 2.38, 피안타율 4할8리로 난타를 당했다. 이 기간 블론세이브가 3개 있었고, 끝내기도 두 번이나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9일 광주 KIA전에선 8-7로 앞선 9회말 끝내기 포함 안타 4개를 맞고 2실점하며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이튿날 박진만 삼성 감독은 “오승환이 마지막에 대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 (등판 시점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9회 이전에도 나올 수 있다”며 마무리가 아닌 다른 상황에서 기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11일 KIA전은 5-4로 앞선 연장 11회말 무사 1루에서 투입돼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린 오승환은 그러나 15일 KT전에서 치명적 백투백 홈런을 맞고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삼성은 60승52패2무(승률 .536)로 2위 LG에 1.5경기차 뒤진 3위로 선전하고 있다. 시즌 내내 안정된 선발진과 승부처에 유독 강한 타선의 결정력으로 전력 이상 성적을 내고 있지만 불펜이 약점이다. 7월 이후 최지광(15경기 1패5홀드 평균자책점 2.03), 김재윤(13경기 2패1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2.57)이 중간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오승환의 마무리가 아쉬웠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만 무려 5번 이끌고, 통산 최다 427세이브를 기록 중인 ‘레전드’ 오승환을 향한 예우와 존중은 필요하지만 2위 싸움으로 매 경기 전쟁 중인 상황에서 너무 오래 끈 면이 없지 않다. 오승환의 2군행은 늦긴 했지만 피할 수 없는 결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