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반등의 시작.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글러브에 낀 공 하나로 불어온 나비효과가 크게 다가올 수 있다. 기묘했던 상황이 롯데의 운명을 바꿔놓을까.
롯데는 지난 15일 두산 베어스와의 프로야구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3-4, 1점 차 패배를 당했다. 3연승이 중단됐고 8월 두 번째 패배를 당했다. 8월 성적은 7승2패. 최근 반등하면서 다시 7위까지 올라선 롯데 입장에서는 이 기세를 이어가는 게 중요했다.
초반 분위기는 괜찮았다. 2회 선두타자 레이예스의 솔로포, 박승욱의 적시타, 상대 실책으로 3-0의 리드를 잡았다. 선발 박세웅도 첫 2이닝은 실점 없이 넘어갔다.
문제는 3회말에 벌어졌다. 3회 조수행에게 볼넷, 정수빈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무사 1,3루 실점 위기에 봉착했다. 일단 제러드는 삼진으로 솎아내 1사 1,3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양의지를 상대로 3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무난하게 병살타로 이어질 수 있었던 타구.
그런데 이 타구는 3루수 손호영의 글러브 웹에 끼었다. 손호영이 안간힘을 써서 타구를 빼내서 병살, 그리고 1루 아웃을 노려봤지만 공은 글러브에서 빠지지 않았다. 손호영은 온몸으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기록은 내야안타.이닝이 끝나야 했는데 황당한 상황과 마주하면서 이어졌다. 계속된 1사 1,2루에서 양석환에게 중전 적시타까지 맞았다. 박세웅은 1사 1,3루에서 김재환을 좌익수 뜬공 처리한 뒤 3루에서 홈으로 쇄도하는 양의지까지 잡으며 이닝이 끝났다. 레이예스의 보살로 이닝이 끝났다.
하지만 롯데 입장에서는 내주지 않아도 될 실점을 허용해 3-2까지 추격 당했다. 경기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고 4회 조수행의 내야안타와 이유찬의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로 동점을 허용한 뒤 6회 김재환에게 역전 솔로포를 맞았다.
이후 롯데 타선은 반격하지 못하고 풀이 꺾였다. 기묘한 상황에 으로 바뀐 분위기에 압도 당했고 극복하지 못했다. 그대로 1점 차 패배를 당했다. 선발 박세웅은 5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4볼넷 1사구 4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이날 음력 7월12일 생일을 맞이했던 김태형 감독은 생일 선물로 “선물은 됐고 그냥 박세웅이 잘 던져줬으면 좋겠다”라고 답했지만 박세웅은 다시 한 번 최근 좋지 않은 흐름을 극복하는데 실패했다. 박세웅의 최근 안 좋은 기운이 이날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황 자체가 너무 ‘억까’였다. 만약 3회 타구가 글러브에 끼지 않고 정상적으로 병살타로 연결이 됐다면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올 수 있었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그만큼 그 상황 자체가 경기 분위기를 바꿔놓을 만큼 중요했다. 기묘한 분위기에 흐름이 좌우됐다.
8월 반등을 했지만 여전히 롯데는 7위다. 48승56패3무로 5위 SSG와 4.5경기 차이다. 5강을 노리고 있지만 냉정히 말해 꼴찌 키움에 더 가깝다. 키움과 승차는 2.5경기 차에 불과하다. 롯데가 끊임없이 승리하고 반등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위팀들이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롯데 입장에서는 가장 많은 경기(37경기)를 남겨두고 있기에 잔여경기 일정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매 경기 사활을 걸어서 분위기와 성적을 끌어올려야 한다.
가을야구 5강의 마지노선을 승률 5할로 본다면, 롯데는 남은 37경기에서 23승14패, 승률 .621의 성적을 기록해야 한다. 그러면 최종 성적은 71승70패3무가 된다. 이 마저도 최소한이다. 당장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 그렇기에 글러브에 낀 그 타구 하나가 두고두고 아쉬울 수 있다. 과연 롯데의 운명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