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는 2019년부터 4년 넘게 2루가 취약 포지션이었다. 지난해 LG에 부임한 염경엽 감독도 한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5월말부터 대주자 전문 요원으로 뛰던 내야수 신민재(28)를 2루수로 쓰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10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은 “(신)민재를 2루 주전으로 써볼까 한다. 컨택이 많이 좋아져서 삼진을 쉽게 안 당한다. (이)용규 같은 스타일로 상대가 까다로워할 타자다. 2루 수비도 조금 거칠어서 그렇지 연습하면 괜찮아질 것이다. 주전 테스트 중이다”며 아무도 생각하지 않던 ‘주전 2루수 신민재’ 구상을 드러냈다.
염경엽 감독의 구상은 곧 현실이 됐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신민재는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차 공수주에서 LG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해 122경기 타율 2할7푼7리(282타수 78안타) 28타점 47득점 29볼넷 34삼진 출루율 3할4푼4리 37도루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일약 통합 우승팀 주전 선수가 됐다.
반짝 활약이 아니었다. 풀타임 주전이 된 올해도 스텝업했다. 108경기 타율 3할5리(328타수 100안타) 37타점 66득점 51볼넷 41삼진 출루율 4할 29도루를 기록 중이다.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에도 신민재는 5타수 4안타 3타점 4득점 1볼넷으로 5출루 경기를 펼치며 LG의 17-3 대승과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 우전 안타를 치며 데뷔 첫 100안타 기록도 달성했다. 안타를 치고 나갔을 때도 신민재는 100안타인 줄 몰랐는데 선배 박해민이 잊지 않고 공을 챙겨줬다.
경기 후 신민재는 “첫 100안타라 기분 좋긴 한데 더 쳐야 한다. 아직 시즌 끝난 것도 아니다”며 3할을 넘어선 타율에 대해서도 “시즌이 10경기 안쪽으로 남았을 때 타율을 어느 정도 보고 칠 수 있겠다 싶으면 조절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경기가 많아 남아 3할 타율은 큰 의미가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달 31일 잠실 삼성전부터 최근 12경기 연속으로 2번 타순에 전진 배치돼 타율 4할2푼6리(47타수 20안타) 7타점 16득점 6볼넷 출루율 5할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염경엽 감독도 “민재가 감이 올라와서 2번을 시켰는데 꾸준히 감을 유지하고 있다. (문)성주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서 그 역할을 잘해준다”며 흡족해했다.
그동안 주로 9번 하위 타순을 치다 2번 상위 타순으로 올라온 신민재는 “2번 타순에서 상대 선발 투수들의 직구가 조금 더 강하게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9번에선 3회 정도에 들어가는데 중심타자들을 상대한 선발들이 하위타선은 맞혀잡으려는 경향이 있다. 난 빠른 공에 조금 더 자신이 있어 2번 타순에서 결과가 괜찮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반기 타격에 다소 부침이 있었던 신민재는 “6월까지 타격이 안 좋았는데 감독님이 방향성을 잡아주신 대로 연습을 하면서 좋아졌다. 조금 욕심내면 살짝 빗맞곤 하는데 그럴 때 다시 좌측만 보고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한다”고 염경엽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5년 두산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신민재는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사회복무요원으로 있던 2017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LG의 3라운드 지명을 받아 팀을 옮겼다. 빠른 발을 앞세운 대주자 요원으로 2019년부터 1군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확실한 포지션이 없어 내외야를 오갔다.
2022년에는 1군에서 14경기 출장에 그치며 입지가 좁아졌지만 염경엽 감독 부임과 함께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과감한 주루와 공격적인 작전을 펼치는 염경엽 감독 야구에서 발 빠른 신민재가 중용을 받았다. 지난해 1위 정수빈(두산)에 2개차 뒤진 2위로 아깝게 타이틀을 놓쳤지만 37도루로 주력을 과시한 신민재는 올해도 29도루를 기록 중이다.
전반기에는 26개로 공동 5위였지만 후반기 24경기에선 3개 추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후반기에는 도루를 자제하면서 많이 안 뛰고 있다. 시즌 끝까지 부상 없이 뛰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진짜 도루가 필요한 상황이거나 사인이 나지 않는 이상 뛰지 않으려 한다”며 “작년 막판에 도루왕을 못한 것보다 다쳐서 시즌을 끝까지 소화하지 못한 것이 너무 열받았었다. (주루와 타격) 다 잘하려고 하다 보면 풀시즌을 못할 수 있다. 시즌 완주를 목표로 하겠다”고 주전에 걸맞은 책임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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