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3218억 원을 들여 지었지만 방관하다시피 했던 최신 운동장이 개장 6년 만에 제 구실을 했다.
수원삼성은 12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개최된 ‘하나은행 K리그2 2024 26라운드’에서 FC안양을 2-1로 눌렀다. 5위 수원(10승7무7패, 승점 37점)은 선두 안양(14승4무6패, 승점 46점)과 승점 차이를 9점으로 좁혔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이 그라운드 보수공사로 잔여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됐다. 수원은 2주 간의 휴식기를 맞아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이사를 왔다. 12일 안양을 맞아 첫 홈경기를 치렀다.
3만 7155명을 수용하는 미르스타디움은 무려 3218억 원을 들여 2018년 1월 1일 개장했다. 하지만 6년이 넘도록 제 구실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2019 여자축구대표팀이 경기를 했고 2021년 올림픽대표팀이 아르헨티나를 불러 상대한 것이 전부다.
평소 운동장은 아파트 대출설명회 등 지역민들의 행사장으로 이용될 뿐 본래 목적인 스포츠경기가 열린 적이 거의 없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축비가 2060억 원이었다. 아무리 17년의 물가상승분을 고려해도 경기도 외곽의 미르스타디움이 천억 원이상 더 비싸다니 엄청난 혈세가 낭비된 셈이다. 막대한 유지비 역시 용인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더구나 미르스타디움은 예산초과로 개장초기 보조구장을 짓지 못해 정식 종합경기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전국체전이나 세계선수권 등을 유치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구장에 불과했다. 운동장이 도심에서 3km가량 떨어진데다 시민들이 이용하려면 비싼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용인시가 운동장 활용을 위해 프로축구단 유치를 시도했으나 “왜 남의 축구팀을 빼가려 하냐?”는 다른 지역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포기했다. 용인에서 자체구단을 창단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아무런 목적성 없이 일단 운동장부터 짓고 본 결과는 참사다.
그나마 올해 수원삼성이 임시로 이사를 오면서 당분간 미르스타디움이 제 구실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수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8천명 왔는데 교통지옥이 된 최신구장
가장 심각한 것은 교통이다. 미르스타디움은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도로도 좁은데다 주차장마저 협소해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용인경전철이 있지만 미르스타디움에 역이 없어 정차하지 않는다. 유일한 대중교통인 버스는 배차간격이 길다. 수만 명을 동시에 이동시키기는 무리다.
용인시는 수원 경기가 열리는 날 임시주차장과 셔틀버스를 운영했다. 경전철 배차간격도 줄였다. 이날 미르스타디움에 8370명이 왔는데 경기시작 두 시간 전부터 일대 교통이 마비돼 아수라장이 됐다. 교통경찰들이 투입돼 현장을 지휘했지만 무리였다. 경기장 주변에 불법주차를 한 차량이 백대 정도 늘어져 있어 가뜩이나 답답한 교통흐름을 더 막았다.
실제로 기자가 취재를 간 날에 경기장을 3km 앞두고 주차까지 30분이 걸렸다. 이렇게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 4만석 규모의 초대형 구장을 허가해준 것 자체가 코미디다.
프로축구경기 개최 경험이 없다는 것도 치명적이었다. 이날 교통통제를 한 모범운전사들이 메인게이트 차량진입을 무조건 막았다. 취재차량 등 관계자 차량까지 통제해 실랑이가 벌어졌다.
수원관계자는 “미르스타디움 내에 관공서가 있다. 경기날에는 일반차량을 통제해야 하는데 관공서에 온다고 하는 차량까지 막기 쉽지 않다. 주변에 편의시설이 아무것도 없어 애로사항이 많다”고 호소했다.
용인시민들에게는 남의 잔치
용인에서 경기를 했지만 용인시민들은 장소만 내줄 뿐 수원경기에 큰 관심이 없었다. 왜 갑자기 월요일 퇴근길에 평소에 없던 극심한 교통체증이 생겼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실제로 이날 입장한 관중들 중 안양 원정응원단 1천명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수원에서 온 수원응원단이 대부분이었다. 용인시민은 소수였다. 용인시내에서 프로축구 경기를 한다는 광고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수원이 용인시민들까지 팬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마케팅 방안도 필요한 상황이다.
수원은 18일 전남을 맞아 미르스타디움에서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첫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일부 개선될 수 있길 기대한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