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주년 광복절을 맞은 오늘, 역사 의식을 잊은 행보들이 여전히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더욱이 그 주인공이 공영방송인 KBS라 대중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배우 송혜교가 13년째 광복절 선행을 이어가는 동안, 공영방송 KBS는 역사 의식을 잠시 잊었다. 광복절인 8월 15일, 첫 프로그램 편성으로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나비부인’을 중계한 것. 의도를 했든 하지 않았든 광복절을 고려하지 않은 막무가내 편성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KBS다.
15일 0시에 방송된 KBS 1TV의 ‘KBS 중계석’에서는 오페라 ‘나비부인’이 전파를 탔다. ‘KBS 중계석’은 문화예술 전 부문에 걸쳐 공연 및 이벤트를 녹화, 해설 및 연주자들과의 인터뷰와 함께 방송함으로써 고급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프로그램 취지를 갖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자정에 방송된다.
문제는 8월 15일이 광복절인 것을 생각하지 않은 부절적한 편성이었다는 점. ‘나비부인’은 1904년 초연된 자코모 푸치니가 작곡한 오페라로, 미국이 일본을 강제로 개항시킨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일본 배경의 작품인 만큼 극 중 기미가요의 선율이 삽입되는 것은 물론, 여자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모노를 입고 등장한다. 이날 방송에서도 해당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다.
8월 15일은 1945년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고,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축하하는 국경일로 올해 79주년을 맞았다. 이런 날 굳이 ‘나비부인’ 같은 ‘왜색’ 짙은 오페라를 편성할 필요가 있었을까. 방송 직후 일부 누리꾼들은 KBS의 편성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KBS 시청자 청원에도 편성을 지적하는 청원이 올라온 상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논란이 공영방송 KBS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스타들이 광복절의 의미를 기리기 위해 선행을 하고 SNS를 남기지만, 일부 스타들은 부적절한 행동으로 논란이 되기도 한다.
앞서 지난 해에는 배우 고소영이 광복절 당일 남편인 장동건, 두 자녀와 일본 여행을 가는 사진을 공개해 논란이 됐다. 일본 여행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광복절에 굳이 전체 공개된 SNS를 통해서 인증할 필요가 있었을까. 고소영과 장동건은 수십년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고, 그만큼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톱스타 부부다. 그만큼 고소영의 생각 없는 행동은 더 문제였다.
이후 잘못을 인지한 고소영은 “중요한 날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인지 후 바로 삭제했지만 너무 늦었네요. 앞으로는 좀 더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짧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주어가 빠진 고소영의 짧은 사과문은 일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또 다른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022년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는 광복전 전날 방송에서 이상민과 탁재훈, 김희철의 일본 여행 편을 편성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이상민과 탁재훈이 화보 촬영 차 일본에 간 김희철을 찾아간 에피소드로, 저렴한 가격의 식당들을 소개하며 먹방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방송 후 ‘미우새’ 역시 역사 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일본 여행 에피소드가 전파를 타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하필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해당 에피소드를 편성했어야 했냐는 지적이었다. 역사 의식을 잊고, 광복절의 의미를 고려하지 않는 제작진의 경솔함이 아쉬웠던 사례다. /seon@osen.co.kr
[사진]KBS 1TV⋅SBS 방송화면 캡처,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