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951일 만에 선발 등판해 1이닝 5실점을 남기고 다시 2군으로 향한 윤성빈(25·롯데 자이언츠)이 이대로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최근 잠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성빈의 근황을 묻자 “일단 지금 나한테 윤성빈 생각은 없다”라고 단호한 메시지를 남겼다.
윤성빈은 지난달 30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 선발 등판해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5실점 충격의 조기 강판을 당했다. 2-0으로 앞선 1회말 2사 1루에서 길레르모 에레디아(2루타), 박성한 상대 연속 적시타를 맞았고, 4-2로 리드한 2회말 무사 1루에서 이지영 상대 동점 투런포를 헌납했다. 이어 오태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자 가차 없이 최이준과 교체됐다. 투구수는 35개.
윤성빈은 이날 2021년 5월 2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이후 1166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섰다. 2019년 3월 28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1951일 만에 선발 등판이었다. 그러나 제구 난조와 더불어 SSG 타선에 난타를 당하며 2회 도중 바통을 넘겼고, 이튿날 2군행을 통보받았다.
윤성빈은 부산고 재학 시절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까지 군침을 흘린 특급 유망주였다. 윤성빈의 선택은 KBO리그 신인드래프트였고, 2016년 6월 연고지 구단 롯데 1차 지명으로 화려하게 프로에 입성했다. 롯데는 195cm·95kg의 뛰어난 신체조건과 최고 구속 153km의 직구, 빠른 슬라이더 및 포크볼에 큰 매력을 느끼며 윤성빈에게 당시 신인 가운데 최고액인 계약금 4억5000만 원을 안겼다.
그러나 윤성빈은 구단과 팬들의 엄청난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첫해부터 어깨 부상으로 재활에 매진한 그는 2018년 마침내 1군 무대에 섰지만, 18경기 2승 5패 평균자책점 6.39의 좌절을 겪었다. 이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연수,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파견 등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속 제구력 보완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윤성빈은 2019년과 2021년 나란히 1군 1경기 등판에 그쳤다.
윤성빈은 올해 역시 퓨처스리그에만 머물렀고, SSG전을 앞두고 7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6.00으로 고전 중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김태형 감독의 부름을 받아 소중한 기회를 얻었지만, 또 한 번 구단과 팬들에 실망을 안겼다.
1951일 만에 복귀전에서 와르르 무너진 윤성빈. 무엇이 문제였을까. 김 감독은 “윤성빈은 야구하는 걸 보면 총명해 보이지 않는다”라며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우는 게 다가 아니다. 주자가 1루를 나가면 도루를 다 주는 퀵모션을 갖고 있는데 무슨 투구를 한다고 하나”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윤성빈은 2군으로 내려간 뒤에도 지난 9일 상무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5사사구 6탈삼진 4실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당분간은 상동에서 SSG전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토대로 다시 ‘제로 베이스’에서 훈련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윤성빈에게 2군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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