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보다 더 중요한 게 있더라.”
LA 다저스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31)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 같은 팀 동료 1루수 프레디 프리먼(35)이 겪은 가족 문제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야구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야구 선수이니 야구에 얽매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인생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글래스노우는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팟캐스트 ‘크리스 로즈 로테이션’에 출연해 프리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프리먼은 지난달 27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부터 5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까지 8경기를 결장했는데 셋째 막내 아들 막시무스의 갑작스런 건강 악화 때문이었다.
막시무스는 길랭-바레 증후군이라는 희귀 신경 질환으로 입원했다. 신체의 면역 체계가 말초 신경을 건드려 손상을 주고, 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자가 면역 질환으로 매년 10만명 중 1명 꼴로 발생한다. 막내 아들의 입원에 프리먼은 야구장을 떠나 중환자실로 향했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아들을 보며 프리먼의 억장이 무너졌다. 야구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다저스 구단도 프리먼에게 복귀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렇게 9일의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막시무스는 상태가 호전되면서 퇴원했고, 집에서 물리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에 있다.
프리먼이 빠진 기간 다저스 선수단 모두 그와 가족을 걱정했다. 다행히 큰일이 없었고, 프리먼은 지난 6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팀에 복귀했다. 다저스 선수들은 막시무스의 건강 회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Max Strong’이라고 적힌 파란 티셔츠를 입고 나와 프리먼을 울컥케 했다. “다저스 팬들은 싫어하겠지만 월드시리즈 7차전 9회말 만루에서 삼진을 3억 번 당하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밝힌 프리먼은 “자식이 인공호흡기를 달고 싸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 아내와 나 모두 몇 번이나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고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옆에서 프리먼의 마음 고생을 지켜본 글래스노우도 느낀 게 많은 듯했다. 그는 “프리먼은 우리 팀에 큰 의미가 있다. 클럽하우스에서 존재감이 크다. 내가 만난 야구 선수 중 가장 프로다운 선수 중 한 명이다. 아무리 상태가 안 좋아도 하루도 안 쉰다. 항상 경기에 출장한다”고 프리먼에 존중심을 표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경기에 빠지길 거부하던, 프로 정신이 투철한 프리먼이 야구를 잠시 떠나있을 정도로 가족이 인생에서 갖는 의미가 컸다. 글래스노우는 “프리먼이 쉬는 걸 하루도 본 적이 없었는데 가족 곁에 있어야 하는 순간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며 “야구도 중요하지만 그에게 아이들은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야구보다 훨씬 더 크고 중요한 것이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야구에 대한 스트레스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인생에 있어 큰 계획, 그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리먼이 빠진 8경기에서 다저스는 3승5패로 주춤했다. 중심타자로서 전력 공백도 컸지만 클럽하우스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큰 존재라 선수단도 100% 온전히 야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프리먼이 돌아온 뒤 8경기에서 다저스는 최근 5연승 포함 6승2패로 다시 반등했다.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공동 2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최근 10경기 나란히 9승1패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다저스는 4경기차 1위를 유지 중이다. 프리먼도 복귀 후 8경기 타율 2할8푼1리(32타수 9안타) 1홈런 4타점 OPS .793으로 타격감을 점차 끌어올리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다저스로 넘어온 우완 투수 글래스노우는 5년 1억3650만 달러 연장 계약을 맺었다.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서는 등 올해 22경기에서 134이닝을 던지며 9승6패 평균자책점 3.49 탈삼진 168개 WHIP 0.95로 활약 중이다. 지난달 허리 통증으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잠시 올랐지만 데뷔 후 개인 최다 이닝을 던지며 최다 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2년 연속 10승에도 1승만 남겨놓으며 유리몸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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