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상황이 나오면 감독 마음은 속상하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 13일 대전 LG전에서 2-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선발투수 류현진이 5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은 뒤 6회 박상원, 7회 김서현이 실점 없이 막고 2-0 리드를 이어갔다. 특히 김서현은 7회 무사 2,3루에서 내야 땅볼과 연속 삼진으로 실점 없이 위기를 극복하며 포효했다.
좋은 무드로 이어진 8회. 한화 마운드는 우완 김규연이 마운드에 올랐다. 가끔 이기는 상황에 나오는 김규연이지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셋업맨 한승혁이 나설 차례였다. 모처럼 2점차 리드에 투입된 김규연은 선두타자 홍창기에게 볼넷을 내준 뒤 신민재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다음 투수는 우완 이상규였다. 올 시즌 7경기 만에 처음으로 리드 상황에 올라온 이상규는 오스틴 딘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맞아 김규연이 남긴 주자 홈에 불러들였다. 이어 대주자 최승민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한 뒤 유격수 황영묵의 포구 실책이 겹치면서 1사 3루 위기 상황이 됐다. 여기서 이상규는 문보경에게 중월 1타점 2루타를 맞아 2-2 동점 허용했다. 뒤늦게 마무리 주현상이 나섰지만 9회 결승점을 내주며 2-3으로 역전패했다.
14일 LG전을 앞두고 김경문 한화 감독은 전날(13일) 8회 투수 교체 상황을 먼저 언급했다. 김경문 감독은 “8회 장면에는 승혁이가 불펜에서 몸을 푸는 과정에서 (오른쪽 어깨가) 조금 안 좋았던 모양이다. 갑자기 투수를 바꾸게 되면서 (불펜 운용) 타이밍이 꼬였다. 우리 승리조가 딱딱 나가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있었다. 찬스에서 추가 점수가 나지 않아 속상해 죽겠는데 마지막에 그런 상황이 나오면 감독 마음이 참 속상하다”며 돌발 변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우리 젊은 투수들이 주로 지는 상황에서 나오다가 갑자기 (이기는 상황에) 나오게 됐다. 전혀 나올 타이밍이 아니었고, 자기들이 나갈 거라는 생각은 1%도 안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친구들에게 뭐라 할 것은 아니다”고 감싸안았다. 다만 2점 리드 상황에서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한 김규연에게 “2점차 리드였으니 (솔로) 홈런은 맞아도 괜찮다. 가장 안 좋은 것은 첫 타자 볼넷이다”며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승부만 주문했다.
여러모로 아쉬운 역전패였지만 다행히 한승혁의 어깨 불편함은 저림 수준으로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14일 LG전에도 불펜 대기했고, 이번에는 정상적으로 등판했다. 3-5로 뒤진 8회초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온 한승혁은 선두 박동원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포수 이재원이 대주자 최원영의 2루 도루를 저지하며 수비 도움을 받았다.
박해민에게 볼넷을 내준 뒤 구본혁에게 2루수 앞 번트 안타를 내줘 무사 1,2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홍창기를 3구 삼진 돌려세우며 한숨 돌렸다. 1~2구 연속 슬라이더로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3구째 높은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다음 타자 신민재를 상대로도 초구 슬라이더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선점한 한승혁은 4구째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잡고 이닝을 끝냈다. 총 투구수 17개로 강속구보다 변화구 위주 승부가 통했다.
한승혁이 8회초를 막은 뒤 8회말 한화에 기회가 왔다. 타자 일순으로 안타 5개, 볼넷 2개, 상대 폭투를 묶어 대거 6득점하며 9-5로 역전했다. 9회초 박상원이 실점 없이 막고 리드를 지키면서 한승혁이 구원승을 따냈다. 시즌 5승(4패)째. 전날 갑작스런 등판 불발의 아쉬움을 바로 다음날 구원승으로 만회했다.
경기 후 한승혁은 “어제(13일) 팀이 필요한 상황에 등판하지 못해 많이 미안했다. 또 경기 결과가 그렇게 되는 바람에 더 미안했다. 그만큼 몸 관리를 더 잘해서 팀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몸 상태가 어제보다 괜찮았지만 또 안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등판 전 조금 걱정했고, 긴장도 됐다. 다행히 몸 상태가 괜찮아 1이닝을 막을 수 있었다. 내가 승리투수가 된 것도 좋지만 팀이 어제 안 좋은 상황을 극복하는 승리를 따내 정말 기쁘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