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떨어져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선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
'캡틴'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 곧 후배가 될 양민혁(18, 강원FC)을 향해 냉정한 경고를 전했다.
영국 '더 부트 룸'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은 토트넘으로 이적하는 양민혁에게 경고했다. 그는 내년 1월 토트넘에 도착할 예정이며 유망한 젊은 공격수로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양민혁은 지난달 28일 토트넘에 공식 입단했다. 당시 토트넘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양민혁이 강원FC에서 토트넘으로 합류한다. 우리는 K리그1 강원FC 소속인 그의 입단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알리게 돼 기쁘다. 지난 4월 만 18세가 된 양민혁은 2030년까지 계약에 동의했으며 2025년 1월에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시간 강원도 구단 공식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양민혁의 토트넘 이적을 공개했다. 김진태 구단주가 직접 출연해 양민혁의 행선지를 밝혔고, 김병지 대표이사가 뒷이야기를 전했다.
양민혁은 2024년 K리그 최고의 '뉴페이스'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준프로 신분으로 강원에 합류했고,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양민혁은 지금도 강릉제일고를 다니고 있는 고3 신분이지만, K리그1을 휩쓸고 있다.
그야말로 만화 같은 양민혁의 스토리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준프로 신분으로 강원에 합류했고, 제주와 개막전부터 출전하며 구단 역대 최연소 출장 기록(만 17세 10개월 15일)을 세웠다. 데뷔 35초 만에 도움을 작성하기도 했다. 2라운드 광주전에선 직접 득점포를 가동하며 구단 역대 최연소 득점, K리그1 역대 최연소 득점 기록도 갈아치웠다.
데뷔 시즌 26경기 8골 5도움을 기록 중인 양민혁. 강원도 그의 활약을 높이 사 지난 6월 프로 계약까지 체결했다. 2006년생 양민혁은 K리그 무대를 누빈 지 고작 3개월 만에 프로 신분으로 올라서게 됐다. 준프로 신분은 1년 유지되지만, 강원이 6개월 빨리 선물을 안긴 셈.
프로가 된 지 1달 만에 토트넘 입단까지 일궈낸 양민혁. 사실 그를 원하는 팀은 한두 곳이 아니었다. 김병지 강원 대표 이사에 따르면 최근 프리미어리그(PL)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빅클럽, 중위권 팀, 챔피언십에서 막 올라온 팀, 라리가 상위권 팀도 양민혁을 영입하고자 연락을 보냈다. 하지만 양민혁은 모두 '단칼에' 거절하고 토트넘을 택했다.
김병지 대표는 강원 구단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토트넘은 5월 말에 제안을 건넸다"라며 "양민혁을 프로 계약으로 전환한 건 이적 때문은 아니었다. 토트넘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안한 팀도 있었다. 하지만 양민혁 본인이 토트넘을 더 우선으로 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민혁이 더 발전하기 좋은 팀이 어디일까 역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양민혁이 토트넘을 고른 데는 역시 손흥민의 존재가 컸다. 그는 토트넘과 첫 공식 인터뷰에서 "해외 팀으로 이적할 때는 적응 문제가 있는데, 손흥민이 있기에 같은 한국인으로서 적응하기 더 쉬울 거라고 판단했다. 손흥민은 대한민국 캡틴이기 때문에 (이적을 결정하는 데) 좋은 영향을 끼쳤다"라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를 앞두고도 "토트넘엔 손흥민이 있다. 대한민국, 토트넘의 주장이다. 같은 한국인으로 의지하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양민혁은 지난달 서울에서 토트넘 메디컬 테스트를 받으면서 손흥민과 짧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쿠팡플레이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방금 (손흥민을) 만나고 내려왔다. 잘 챙겨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잘하고 있다. 다치지 말고 와서 보자'라고 말씀해 주셨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손흥민은 양민혁에게 잘하고 있다며 영어 공부를 많이 하라고 조언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토트넘 쇼케이스도 마친 양민혁이다. 그는 지난 7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 소속으로 토트넘과 맞대결을 펼쳤다.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날카로운 드리블과 센스 넘치는 패스를 선보이며 토트넘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양민혁이 터치 한 번으로 에메르송 로얄의 압박을 벗겨내는 장면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디 애슬레틱'은 "양민혁을 드디어 보게됐다"라며 "한국의 국가적 영웅 손흥민을 상대로 경기를 펼친 양민혁이 엄청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많은 토트넘 팬들이 지켜봤기 대문에 부담이 컸다.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매체는 "양민혁은 45분 동안 두 차례 좋은 순간을 보여줬다. 두 번 모두 공간을 찾아 돌파했다. 양민혁의 발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두 번째로 맞이한 찬스에서는 토트넘의 크로스바를 살짝 스쳤다"라며 "양민혁은 어느 발로든 수비수를 양방향으로 제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수비수에게 귀찮은 존재였다"라고 칭찬했다.
토트넘 팬들도 양민혁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토트넘 뉴스'는 "토트넘은 손흥민을 대체할 자원을 데려왔다. 양민혁은 그레이와 베리발 같은 신입생과 같은 카테고리다. 물론 그가 곧바로 손흥민을 대신하진 않겠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분명히 팀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아주 큰 이득이 될 수 있다"라고 환영했다.
5개월 뒤 양민혁과 만나게 될 손흥민. 그는 미국 '맨 인 블레이저스'와 인터뷰를 통해 양민혁에게 냉철하지만, 값진 조언을 했다. 그는 "힘들 것이다. 난 그에게 PL에서 뛰는 건 전혀 쉽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 언어, 문화, 피지컬 모두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10대 때부터 유럽에서 생활했다. 그는 2008년 16살의 나이로 축구 유학을 위해 독일로 건너갔고, 함부르크와 계약하며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레버쿠젠과 토트넘을 거쳐 PL 10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그런 손흥민이 몸소 경험하며 느낀 귀중한 이야기다.
손흥민은 양민혁을 향해 "가족과 멀어지고,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게 완벽해야 한다. 난 그가 겁을 먹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게 경고를 해주고 싶다. 현실적인 경고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양민혁은) K리그에서 잘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너의 기회를 잡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젊은 선수들이 언제나 있다"라고 강조했다.
양민혁은 이미 '넥스트 손흥민'이라고 불리고 있기도 하다. 아직도 토트넘 에이스로 활약 중인 손흥민으로선 어색할 수도 있는 일. 그는 "난 아직 여기 있다"라고 웃은 뒤 "양민혁을 돕겠지만, 내 자리를 그대로 내어줄 생각은 없다. 어린 선수들이 많다. 그들이 운동적인 면에서는 더 나을지 몰라도 축구는 때로 경험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