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승운이 없을 수 있을까 싶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괴물 투수’ 류현진(37)의 승리가 또 날아갔다. 불펜이 날린 승리만 5번으로 리그 최다 불운을 겪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13일 대전 LG전에 선발등판, 5이닝 2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앞서 2경기 연속 12피안타로 난조를 보였지만 이날 LG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하며 시즌 평균자책점을 4.28에서 4.10으로 낮췄다. 규정이닝 투수 20명 중 10위로 국내 투수 중에선 3위.
1~2회 홍창기와 박동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하나씩 내주며 제구가 다소 흔들렸지만 나머지 타자들을 범타로 유도했다. 3회 2사 1루에서 오스틴 딘에게 첫 삼진을 잡은 뒤 5회까지 총 6개 삼진을 잡으며 위력을 떨쳤다. 5회 선두타자 박동원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박해민, 구본혁, 홍창기를 연이어 삼진 처리했다. 최고 선구안을 자랑하는 홍창기도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는 직구를 바라만 보다 3구 삼진을 당했다.
앞서 2경기에서 집중타를 맞았지만 이날 류현진의 결정구는 직구였다. 삼진 6개 중 5개의 결정구가 직구로 하이 패스트볼을 적극 활용했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49km, 평균 144km 직구(39개) 중심으로 커브(23개), 체인지업(11개), 투심(8개), 커터(6개)를 구사했다. 그동안 거의 던지지 않았던 투심을 좌타자에게 던져 재미를 봤다.
이번 주 2회 등판이 예정된 류현진은 5회까지 87구를 던지고 교체됐다. 2-0 리드 상황에서 내려가 시즌 7승 요건을 갖췄다. 후반기 구원 평균자책점 1위인 한화 불펜이라 2점 리드도 충분히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6회 박상원이 삼진 2개를 잡으며 3타자로 끝냈고, 7회 김서현도 무사 2,3루 위기를 내야 땅볼과 연속 삼진으로 극복하며 포효했다.
그러나 한화 타선의 추가점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고, 뭔가 모를 불안감은 8회 현실이 됐다. 김규연이 선두타자 홍창기에게 볼넷을 내준 뒤 신민재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루. 한화는 이상규로 다시 투수를 바꿨다. 올 시즌 처음으로 이기는 경기에 투입된 이상규는 오스틴에게 우중간 1타점 적시타를 맞더니 대주자 최승민에게 2루 도루를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포수 최재훈의 2루 송구가 유격수 황영묵의 글러브를 맞고 우측으로 튀었다. 포구 실책으로 최승민이 3루까지 가면서 1사 3루 위기 상황이 이어졌다. 한화 내야는 전진 수비를 했지만 LG 4번 타자 문보경은 이상규의 6구째 낮은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중견수 키를 넘겼다. 1타점 2루타로 2-2 동점. 류현진의 7승이 날아간 순간이었다.
이로써 한화 불펜은 올해 류현진의 승리를 5번이나 날렸다. 지난 5월14일 대전 NC전(6이닝 2실점), 5월25일 문학 SSG전(6이닝 1실점), 6월12일 잠실 두산전(6이닝 2실점), 지난달 11일 고척 키움전(6이닝 3실점)에 이어 이날까지 5번이나 승리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으나 불펜이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기록으로 이민우, 주현상, 김규연, 한승혁, 이상규 등 5명의 구원투수들이 번갈아가며 블론세이브로 류현진의 선발승을 날렸다. 결국 한화는 이날 2-3으로 역전패하며 3연패 늪에 빠지고 말았다.
류현진은 올해 22경기에서 125이닝을 던지며 6승7패 평균자책점 4.10 탈삼진 105개를 기록 중이다. 퀄리티 스타트 12번. 시즌 초반과 여름에 기복을 보이면서 기대에 비해 아쉬운 성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한화 팀 내 최고 성적이다. 리그 전체 토종 투수로 봐도 빠지지 않는 기록을 내고 있다.
그런데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는다. 지난달 31일 수원 KT전에서 6회까지 10득점을 폭발한 타선 지원을 받아 5이닝 6실점(5자책)으로 거둔 시즌 6승째를 빼면 지독하리만큼 승운이 없다. 평균자책점 10위 안에 든 투수 중 최소 승수다. 불펜이 날린 승리도 5번으로 가장 많지만 무득점 2경기, 1득점 3경기, 2득점 6경기로 2득점 이하 득점 지원이 11경기나 될 정도로 류현진이 나오는 날 한화 타선도 유독 안 터진다.
적절한 타선 지원과 함께 불펜 도움만 받았더라면 류현진은 이미 벌써 10승을 하고도 남았다. 이제 한화는 잔여 시즌 36경기밖에 남지 않았고, 류현진은 7~8번 정도 추가 등판이 예상된다. 여기서 4승을 거둬야 10승을 달성할 수 있는데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