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8.65→2.12' 이렇게 바뀔 수 있나, 한화 불펜 에이스로 부활 "바뀐 건 없다, 감독님 믿음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8.13 09: 40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후반기 철벽 불펜을 구축했다. 구원 평균자책점이 전반기 8위(5.28)로 흔들렸지만 후반기 1위(3.45)로 눈에 띄게 좋아졌다. 후반기 이 부문 2위 KT(4.63)보다 1점 이상 낮을 만큼 독보적 1위. 시즌 중후반이 되면서 대부분 팀들의 불펜이 소모됐지만 한화는 반대로 가고 있다. 
그 중심에 우완 투수 박상원(30)이 있다. 한화 불펜이 전반기에 무너진 것은 박상원의 난조와 궤를 같이 한다. 전반기 31경기(26이닝) 3패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8.65로 무너졌다. 마무리투수로 시즌 시작했지만 5경기 만에 자리를 내놓았고, 제구가 흔들리면서 고비를 넘지 못했다. 두 번이나 2군 다녀오는 등 프로 데뷔 후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원래 폼을 찾았다. 12경기(17이닝) 2승3홀드 평균자책점 2.12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전반기와 비교해 후반기 피안타율(.327→.183), 9이닝당 볼넷(4.15개→1.06개), 이닝당 투구수(19.8개→13.2개) 모두 같은 투수가 맞을 싶을 정도로 바뀌었다. 제구가 안정되면서 특유의 구위를 살려 빠른 승부로 이닝을 정리하고 있다. 

한화 박상원. 2024.06.25 / rumi@osen.co.kr

한화 박상원. 2024.07.28 / jpnews@osen.co.kr

전반기에는 주로 7~9회 타이트한 상황에 주로 나섰지만 후반기에는 등판 시점이 5회 전후로 앞당겨졌다. 선발투수가 일찍 내려가면 두 번째 투수로 바로 붙어 때로는 멀티 이닝을 던지며 경기 중반 흐름을 가져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잠실 LG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2회에 조기 등판, 5회까지 3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 노히터로 막은 것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런데 박상원이 생각하는 반등 계기는 따로 있었다. 지난달 30일 수원 KT전. 6-4로 추격당한 6회말 2사 2루에서 구원등판한 박상원은 황재균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은 뒤 7회말 멀티 이닝에 나섰다. 문상철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킨 뒤 강백호에게 2루타를 맞아 2사 2,3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김상수를 2루 땅볼 잡고 이닝을 끝내며 홀드를 따냈다. 
박상원은 “그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김경문) 감독님이 끝까지 믿어주셨고, 위기를 이겨내면서 한층 더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 (전반기와 비교해) 공을 던지는 메커니즘은 큰 차이가 없지만 감독님과 코치님이 나를 신뢰하고, 믿어주는 게 느껴진다. 편안하게 던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고 고마워했다. 
그동안 7~8회 셋업맨, 9회 마무리를 던져온 박상원에게 롱릴리프에 가까운 두 번째 투수 역할은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전반기와 다른 쓰임새로 박상원 살리기에 나선 김경문 감독은 “마무리를 했던 투수”라고 인정하며 “선발이 안 좋을 때 다음 투수로서의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선수도 자신감이 생기고, 팀도 그만큼 중간에 힘이 생겼다”고 만족해했다. 
한화 박상원. 2024.03.28 / dreamer@osen.co.kr
한화 박상원. 2024.07.18 / foto0307@osen.co.kr
박상원도 “2018년에도 처음에는 앞쪽에서 많이 던졌다. 앞에 나가든 뒤에 나가든 집중하는 건 똑같다. 작년에 마무리를 하면서도 멀티 이닝을 몇 번 했기 때문에 길게 던지는 것도 문제가 없다”면서 “앞쪽에 나가는 만큼 필승조한테 잘 연결해야 한다. 흐름을 잘 읽고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려 한다”고 말했다. 
후반기를 앞두고 부임한 양상문 투수코치의 존재도 박상원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양상문 코치는 투수 개개인에게 손편지를 써서 전했는데 박상원에게 ‘힘든 시기 보내고 있는 거 안다. 난 네가 잘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는 격려와 함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박상원은 “그동안 내가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양상문 코치님이 투수의 기본을 강조하신 것에 내게 맞았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에는 낮은 쪽을 잘 잡아주지 않는 ABS로 인해 포크볼을 주무기인 박상원이 불리한 면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박상원은 “나만 그런 상황에 던진 게 아니다. 성적이 안 좋았으니 핑계일 뿐이다. 초반에는 내 것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그 자리를 버티지 못한 내가 잘못한 것이지, 무슨 탓을 하고 싶지 않다. 아직 난 배울 게 많은 투수고, 더 발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남은 시즌도 지금처럼 팀을 위해 나갈 수 있게 준비를 잘하겠다. 개인 욕심을 낼 때는 아니다.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믿고 내보내주시는 것에 감사하면서 경기력으로 보여드려고 싶다. 선수라면 누구나 프로에 오면서 사연이 있다. 잘해서 온 선수도 있고, 어렵게 온 선수도 있는데 누구에게나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 그게 쌓이면 기록이 되는 것이다. 매 경기 잘 준비해서 야구 인생의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화 박상원. 2024.06.28 / foto0307@osen.co.kr
한화 박상원. 2024.08.02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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