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 후유증도 없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7연승이 끊긴 뒤에도 3승2패로 상승세를 이어가며 5강 추격에 나섰다. 여느 때보다 야구장 나들이가 잦아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가을야구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한화는 지난 9일 대전 키움전을 7-5 재역전승으로 장식했다. 3회까지 4-0으로 앞서던 경기를 4-5로 역전당했으나 7~8회 3득점을 내며 승부를 다시 뒤집는 뒷심을 발휘했다.
10타수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던 황영묵이 7회말 2역전 결승 2타점 적시타를 쳤고, 김태연이 8회말 쐐기타를 터뜨렸다. 6회초 1사부터 김서현(1이닝), 한승혁(1⅓이닝), 주현상(1⅓이닝)으로 이어진 필승조가 3⅔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면서 짜릿한 재역전승을 완성했다.
지난달 13일 대전 LG전부터 21일 대전 KIA전까지 시즌 최다 7연패를 당했던 한화는 23일 대전 삼성전에서 연패를 끊었다. 이날부터 2일 대전 KIA전까지 7연승을 질주하며 7연패를 만회했다. 연승이 끊긴 뒤에도 연패 없이 3승2패를 거둔 한화는 최근 12경기에서 10승2패로 8할대(.833) 승률을 찍고 있다.
보통 긴 연승 이후에는 후유증이 있기 마련이다. 시즌 초반 한화가 그랬다. 개막전 패배 후 7연승을 달리며 3월에 깜짝 돌풍을 일으켰지만 4월 들어 5연패, 3연패, 6연패로 급추락하면서 순위가 뚝 떨어졌다.
김경문 감독도 연승 기간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후반기 들어 불펜야구를 하고 있지만 5명의 주축 구원들을 적절하게 분배해서 쓰며 연투를 최소화했다. 7연승 과정에서 4번의 우천 취소 효과를 누리며 불펜 소모를 줄였고, 연승이 끊긴 뒤에도 힘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연승 후유증이 없는 것에 대해 “우리가 그동안 많이 졌다. 이제 좀 이겨야지”라며 웃은 뒤 “지금 굉장히 더운 날씨에도 선수들이 집중력 잃지 않고 잘해주고 있다. 선발투수들이 5회 이상 던져주고, 불펜들이 잘해주면서 마운드가 좋아지고 있다. 타선도 처음보다 힘이 생겼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후반기 들어 선발진 힘이 떨어지긴 했지만 김경문 감독은 5이닝 언저리만 맡아줘도 마운드 운영에 충분히 계산이 서는 모습이다. 박상원, 김서현, 한승혁, 주현상 등 핵심 구원투수들의 활약으로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 1위(3.72)를 달리고 있다. 채은성이 완벽하게 부활한 타선도 최근 12경기 팀 타율 1위(.322)로 경기당 평균 8득점으로 폭발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 번 분위기를 타니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시즌 성적도 48승55패2무(승률 .466)로 끌어올린 8위 한화는 5위 KT(53승53패2무 .500)에 3.5경기 차이로 따라붙었다. 물론 10위 키움(46승60패 승률 .434)과도 3.5경기 차이로 아직 탈꼴찌를 안심할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 한화 기세라면 아래보다 위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한화가 남은 39경기에서 5할 승률을 맞춘다면 시즌 끝까지 5강 싸움도 기대할 만하다. 현재 승패 마진 -7을 극복하기 위해선 39경기에서 23승16패(승률 .590)를 해야 한다. 냉정하게 보면 쉽지 않다. 타선이 지금처럼 계속 터질 수 없고, 기대할 만한 추가 전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베스트 전력으로 정점을 찍고 있는 상황이라 사이클상 내려갈 때도 올 것이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 부임 후 두 달이 흘러 한화는 투타 틀이 잡혔다. 불펜투수들의 쓰임새가 확실해졌고, 양적으로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타선도 고정 라인업이 구축되면서 힘이 붙었다. 여전히 5강이 쉽진 않지만 지금 한화의 기세라면 아예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