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투저 시즌에 월간 평균자책점 0점대(0.55)를 찍었다. 충분히 월간 MVP를 수상할 만한 성적이지만 2위도 아니고 3위에 머물렀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에이스 카일 하트(32)가 불운의 주인공이다.
KBO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7월 월간 MVP로 강민호가 선정됐다고 9일 밝혔다. 강민호는 기자단 투표 25표 중 14표(56.0%), 팬 투표에서 51만4874표 중 12만5997표(24.5%)를 받으면서 총점 40.24점으로 MVP에 선정됐다. 2004년 데뷔 후 월간 MVP 수상이 한 번도 없었던 강민호에겐 21년차에 이룬 첫 감격이다.
MVP로 손색없는 성적이었다. 7월 한 달간 20경기에서 타율 4할8리(76타수 31안타) 11홈런 26타점 출루율 .444 장타율 .868 OPS 1.312로 대폭발했다. 홈런·타점·장타율·OPS 1위, 타율 3위, 출루율 9위에 오르며 7월을 완전히 지배했다.
강민호의 MVP 수상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2위가 조금 의외였다. 투수 쪽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낸 하트가 있었지만 기자단 투표와 팬 투표 모두 김도영에게 향했다. 기자단 투표 2위(7표), 팬 투표 1위(24만2659표)에 오른 김도영은 총점 37.56점으로 2위에 랭크됐다.
물론 김도영도 훌륭한 성적을 냈다. 이미 4월과 6월, 두 번이나 월간 MVP를 받은 김도영은 7월에도 22경기 타율 4할7리(81타수 33안타) 7홈런 21타점 25득점 출루율 .473 장타율 .815 OPS 1.288로 뜨거운 기세를 이어갔다. 득점 1위, 홈런·타점·장타율·OPS 2위, 타율·출루율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투수 중에서 최고 성적을 낸 하트로선 3위에 그친 게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트는 7월 한 달간 5경기에 선발등판, 33이닝을 던지며 단 2실점만 허용했다.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55 탈삼진 39개로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평균자책점·탈삼진·이닝 1위, 다승 2위에 오르며 타고투저 시즌에 독보적인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기자단 투표 4표, 팬 투표 2만5125표로 총점 10.44점을 얻어 3위에 만족해야 했다. 1~2위 강민호, 김도영과 경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총점이 낮았다. 기자단 투표에선 그나마 3위였지만 팬 투표에선 한화 안치홍(3만5104표), 롯데 찰리 반즈(3만1223표)에도 밀려 5위로 지지를 받지 못했다.
KBO 월간 MVP는 원래 기자단 투표로 선정됐지만 2018년부터 기자단과 팬 투표를 각각 50% 비율로 합산한 총점으로 뽑고 있다. 성적을 기준으로 추린 복수의 후보 중에서 선택을 한다. 사람이 하는 투표다 보니 주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각자 보는 시각이 다 다르고, 기자단과 팬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올해도 5~7월 3개월 연속 기자단과 팬심이 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화제성이 높은 인기팀 소속 선수가 유리한 구조다. 6월 MVP는 김혜성(키움)이 기자단 투표 1위(13표)에 올랐지만 팬 투표 4위(4만7854표)로 총점에서 김도영에게 밀렸다. 김도영은 기자단 투표 3위(6표)였지만 팬 투표 1위(24만5598표)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트로선 외국인 선수 핸디캡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8~9월 KT 윌리엄 쿠에바스, NC 에릭 페디가 월간 MVP를 수상한 바 있어 절대적 요소로 볼 순 없다. 이번 달에는 인기팀에서 최고 활약을 한 경쟁자들의 존재감이 너무 강렬했던 영향이 크다.
하트는 올 시즌 21경기에서 131이닝을 던지며 10승2패 평균자책점 2.34 탈삼진 143개 WHIP 1.03으로 활약 중이다. 평균자책점·탈삼진·WHIP 1위, 다승 공동 2위, 이닝 5위. 다승 1위에 오르면 지난해 페디에 이어 외국인 투수 역대 두 번째 트리클 크라운도 가능한 페이스.
전년 대비 리그 평균자책점(4.14→4.90)이 상승한 것에서 보듯 올해는 극단의 타고투저 시즌이다. 하트의 성적은 페디와 비교해도 밀릴 게 없지만 화제성이 약하다. MVP 후보로 손색이 없지만 시즌 내내 김도영이 이슈 몰이를 하고 있어 하트가 얼마나 많은 표를 받을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