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틀이 생겼다".
KIA 타이거즈 좌완 김기훈(23)이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달라진 투구폼으로 달라진 투구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추격조에서 경쟁력을 과시했다. 2019 1차 지명자의 잠재력을 보여준다면 향후 우승과정에서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범호 감독도 주목하고 기대하고 있다.
김기훈은 7월31일 올해 처음으로 1군에 승격했다.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선발 김도현에 이어 첫 등판에 나섰으나 실망스러운 투구를 했다. 볼넷 4개와 사구 1개, 1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아웃카운트는 2개에 불과했다. 함께 올라온 우완 김현수도 7실점으로 무너졌다. 팀은 KBO리그 사상 최초로 30실점을 하면서 패했다.
다시 2군행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이범호 감독은 다음날 김현수만 2군으로 내려보내고 김기훈을 잔류시켰다. "어려운 상황에 등판해서 부진했지만 경쟁력이 있는 구위를 가졌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기훈은 지난 6월 중순 미국으로 건너가 유승철, 김현수, 조대현 김민재와 함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있는 야구 센터 ‘트레드 애슬레틱’에서 한 달 간 훈련을 펼쳤다.
2019 1차 지명자로 계약금 3억5000만 원을 받고 입단한 슈퍼 유망주였다. 선동열 전 감독이 극찬했지만 좀처럼 자리잡지 못했다. 제구 이슈가 항상 발목을 잡았다. 제구를 잡으려 스피드도 줄이기도 했다. 상무복무를 마치고 복귀해 150km 강력한 구위를 과시했으나 그때뿐이었다. 작년 1군 주전에 실패했고 올해는 호주리그까지 경험했으나 스피드까지 뚝 떨어지면서 개막 엔트리 승선에 실패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깨움침을 얻었다. 어떻게 볼을 던져야 가장 효과적으로 힘을 실을 수 있고 스피드업과 제구까지 잡는 방법을 배웠다. 투구폼도 환역히 달라졌다. 두 팔을 뒤로 완전히 빼고 와인드업을 한다. 김기훈도 "아주 만족스러운 훈련이었다. 여러가지로 많이 좋아졌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직접 이범호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펜피칭을 거쳐 1군에 승격했다.
아무래도 두산전은 시즌 첫 등판이라는 긴장감도 있었고 위기상황인지라 자신을 제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2경기에서 3이닝을 무난하게 실점없이 소화했다. 지난 7일 광주 KT전에선 2이닝을 3탈삼진을 곁들어 무실점으로 막았다. 직구의 힘이 좋았고 체인지업도 위력적이었다. 제구도 안정감을 보였다. 무엇보다 얼굴에 자신감이 배여있었다.
이범호 감독은 "미국 다녀오면서 자신의 틀 생겼다. 성격상 틀이 잡히면 좋은 피칭한다. 자기 틀을 완벽히 만들어와서 경쟁력 있게 충분히 쓸수 있겠다. 자신감도 충만해졌다. 투구폼을 바꾸었다. 어떤 자세를 취했을 때 힘을 더 쓰고 제구가 더 좋은지 찾았다. 원래 볼의 스핀과 무브먼트가 굉장히 좋다. 우타자 체인지업도 잘 던진다. 자신 없었던 부분 해소된 것 같아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줄 것이다"고 평가하고 기대감을 보였다.
현재는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추격조이지만 계속 경쟁력을 보여주면 중하게 쓰일 수 있다. 좌완 불펜요원 최지민이 최근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곽도규가 좋은 피칭으로 메워주고 있지만 김기훈도 구위형 좌완으로 힘을 보탠다면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내년에는 선발요원으로 발돋음할 수 있다. 미완의 좌완 특급이 드디어 꽃을 피울 것인지 주목된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