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조협회 임원이기 이전에 딸을 둔 아빠였다.
여서정 (22·제천시청)은 3일(한국시간) 파리 베르시아레나에서 펼쳐진 파리올림픽 여자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3.416점을 받으며 전체 8명 중 7위로 경기를 마쳤다.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여서정은 염원했던 올림픽 2연속 메달이 좌절됐다. 7번째 순서로 경기에 나섰지만 1, 2차 시기 모두 착지에서 흔들렸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 4위(14.183점)로 결선행 티켓을 따내 기대감을 높였으나 경기 당일 부상을 입고 고배를 마셨다.
현장에서 중계에 나섰던 여서정의 아버지 여홍철(53) 경희대 교수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경기 전 문자를 주고 받았다. 연습 도중 어깨가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한 번 들어갔다가 나왔다고 하더라"라면서 "저렇게 실수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어깨 탈골 부상을 알린 것.
결국 도마를 짚는 과정이 완전하지 않은 것이 착지에 영향을 미쳤다. 여서정은 1, 2차 시기 모두 도마를 손으로 짚는 과정에서 삐끗했다. 평소 연습했던 높이를 만들지 못하면서 착지까지 흔들린 셈이다.
여서정은 아버지 여홍철 교수와 함께 부녀 레전드 체조 선수로 유명하다. 부녀가 모두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아버지 은메달-딸 동메달로 한국 최초의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결국 연습 중 일어난 어깨 탈구로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여서정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파리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지난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배드민턴 대표팀의 안세영의 귀국을 보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취재진들 뒤로 체조대표팀은 조용히 귀국했다.
귀국하는 체조대표팀 선수단 사이에 어깨탈구로 인해 팔 지지대를 한 여서정이 눈에 띄었다. 입국장을 나선 여서정은 살짝 풀이 죽은 표정이었다.
이내 아버지 여홍철을 발견하고 그의 품에 안겼다. 여홍철은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과 함께 다정하게 딸을 안아줬다.
이번 대회에서 최선을 다한 체조 선수단 전원을 향해서도 "정말 고생하셨다"라며 다독였다.
이후 다시 한 번 딸에게 향했다. 여홍철은 딸 여서정의 볼을 톡톡 두드리며 안타깝고 대견한 마음을 전했다. 여서정 또한 아버지의 위로에 활짝 웃어보였다.
두 번째 올림픽을 마친 여서정은 당분간 쉬면서 부상 회복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후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하겠다는 계획이다. / rumi@osen.co.kr